수입차 수요 빼앗은 르노삼성과 한국GM 신차
물량·상품성 앞세워 폴크스바겐 구매 예정자 끌어들여
2016-10-25 배동주 기자
폴크스바겐 사태 반사이익을 수입차가 아닌 국산차 업체들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성적서와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주력 차종 대부분이 판매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수입차 시장이 역성장 기조를 보인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체가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판매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16만518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7만9120대와 비교해 7.8% 떨어진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는 112만8987대로 지난해보다 1만8085대 늘었다.
2015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오던 수입차 시장은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폴크스바겐 사태에 더해 일부 브랜드 물량 공급 중단이 전체 수입차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영국 자동차 브랜드인 랜드로버와 재규어가 지난해와 비교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 위축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와 렉서스도 2016년 1~9월 지난해보다 각각 16.9%, 29.6% 성장했지만, 판래량은 6525대와 6869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만8300대 가량을 판매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리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물량 공급이 원활한 국내 자동차 업체로 반사이익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중형 세단 신차 효과를 앞세운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르노삼성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만4439대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GM은 지난해보다 1만4908대를 더 팔았다.
특히 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SM6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월평균 61.4%를 넘어섰다. 이 중 8월 출시된 SM6 디젤모델은 9월까지 총 1413대가 판매돼 데뷔와 함께 국산 디젤 중형세단 판매 1위에 올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에 대한 환경부의 인증취소·판매금지 처분으로 연비 좋은 디젤차를 찾는 소비자 발길이 SM6 디젤 모델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GM 중형 세단 말리부는 가솔린 모델만으로 지난 4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2만1015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면 174% 넘게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경차 스파크 등 한국GM 주력 차종 대부분이 판매량 감소를 겪는 중에도 말리부는 3970대가 팔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1976대보다 100.9% 판매량이 늘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분을 보면 수입차 시장 감소분과 국산차 판매가 늘어난 정도를 상쇄하는 2만9000대 가량”이라며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폴크스바겐 구매 예정자를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형 세단 SM6와 말리부의 수입차 못지않은 상품성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폴크스바겐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크스바겐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누릴 것으로 전망됐던 현대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승용 판매에서 지난해보다 2만1517대 감소한 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기아차가 2만2300대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기아차가 폴크스바겐 사태의 수혜를 입지는 못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 판매량 증가는 대부분 스포츠유틸리티(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이었다”며 “SUV 라인업이 약한 현대차를 떠난 수요가 기아차로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