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고려 않고 SOC 투자 펑펑 늘려 잡는 국토부
본예산·교통세 감소 불구 앞으로 5년간 SOC에 132조 투자계획
정부가 최근 발표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이 재원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비와 SOC 주요 재원인 교통세 증가율 둔화가 주된 이유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4차 중기시설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 간(2016~2020년)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각 분야 SOC에 총 사업비 132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중 국비는 총 92조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70%를 차지한다.
해당 중기시설투자계획의 중요한 재원은 교통시설특별회계(이하 교특회계)다. 통상적으로 한해 교통시설 투자액의 80% 가량을 차지한다. 중기시설투자계획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특회계는 국비 세목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교통세는 휘발유, 경유 및 대체유류에 부과된다. 한해 교통세 수입의 80~85%가 교통시설 투자재원인 교특회계로 들어간다. 단순 산술계산으로 교특회계의 60%를 교통세가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투자계획의 핵심인 교특세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의 내년 예산안 중 교특회계는 12조2871억원이다. 올해 본예산에 책정된 13조7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다. 국토부의 내년 예산안이 올해 대비 9.8%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요 교통시설 재원인 교특회계도 감소했다. 교특회계 감소분을 국토부 본예산이 보완해주기도 어렵다. SOC 사업이 아닌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권 목소리가 높은 탓이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예산 대치정국이 대표적이다. SOC를 포함한 국토부 본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기시설투자계획의 국비 증가율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투자계획에 투입되는 국비는 92조원으로 지난 2011년 발표한 3차 계획 투입액(86조8000억원) 대비 6% 가량 증가했다. 최근 정부부처간 교특회계의 SOC 투입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교특회계의 SOC 투입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국비 투자금액은 되레 늘어났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정부부처가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기투자계획도 뚜렷한 경기분석과 예상치를 바탕으로 오차범위를 가정해 설정돼야 한다. 이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비 투입액 자체가 부족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16~2020년 국세수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국세수입 증가율은 연 평균 3.9%로 전망했다. 이는 행정부 예측치인 4.5% 대비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각 부처별 연간 예산은 행정부 예측치와 부처별 요구액 등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중기교통계획에 필요한 국비 항목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 와중에 교통세 수입 자체도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정처는 앞으로 5년간 교통세 연평균 증가율이 1.3%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5년(2011~2015년) 간 연평균 증가율인 5.0% 대비 절반 이상 낮은 수치다.
예정처 관계자는 “교통세는 유가와 휘발유가 주된 세원이다. 이들 세원은 유가, 경제성장률과 연관관계를 지닌다. 앞으로 5년간 유가상승, 낮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전망이다"며 "교통세 수입 이 지난 5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도 교통세 감소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조경구 환경부 장관은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는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자동차업체들이 연간 판매량 중 일정비율을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줄면 교통세도 줄어든다.
국토부는 중기시설투자계획은 부문별 SOC 수요치를 합산한 수치상 계획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기시설투자계획은 국토부 내 사업부서의 도로, 교통, 항공 분야 기존 계획발표분을 상향식으로 합산한 종합계획이다. 부서별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계획을 종합한 것"이라며 "향후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토부는 본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기시설투자계획에 투입되는 국비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선 "SOC 투자가 감소되는 국면이다. 기획재정부가 (국비투입량을) 허락한 한도 내에서 계획을 짜다 보니 불가피하게 국비 투입분이 늘어났다"며 "향후 재원조달 계획을 부처별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