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삼부자 불구속기소, 향후 쟁점은?

신동빈 배임·횡령 혐의 두고 치열한 공방 예고…"4개월 수사 성과가 고작 이거냐" 비판도

2016-10-19     한광범 기자
신동빈(사진 가운데)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으로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 한숨을 쉬게 됐지만 향후 법정에서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검찰 출석 당시 모습. / 사진=뉴스1

 

​검찰이 19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4개월 넘게 진행한 롯데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총수일가의 세금 탈루, 횡령 혐의를 밝혀내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애초 목표로 한 신 회장에 대한 주요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회장,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일가 5명을 포함해 롯데 관련자 24명(법인포함)을 재판에 넘기는 내용의 롯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검찰 처벌 전력이 없는 롯데 총수일가는 경영에 개입한 전원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총수일가에게 적용된 혐의는 조세포탈·배임·횡령이다.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와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33)씨는 일본인과 결혼 후 일본 영주권을 취득해 기소중지됐다. 

 

신 총괄회장이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6.21%를 증여하며 증여세를 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이들 세 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계열사를 포함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로 비상장회사이다. 

 

그는 2006년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3%와 3.21%를 각각 증여하며 홍콩·싱가포르·미국에 있는 4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매매거래로 가장해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1년여에 걸쳐 정책본부와 외부 전문가가 동원돼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과 서씨는 지난달 이미 기소됐다. 

 

검찰은 일단 공소사실에 증여세 탈루액을 1156억원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롯데 내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했을 때 탈루액이 28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롯데 측이 관련 일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일단 서씨 등이 인정하고 있는 액수로 기소하고 관련 자료 확보 후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 세 명이 실제 납부해야 될 세금이 실제로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총수일가 보유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넘겨준 부분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시네마는 2003년부터 매점 운영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보유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임대 형식으로 넘겼다. 이 같은 임대 영업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있기까지 계속됐다. 

 

이 기간 이들 회사들은 총 매출 2847억원에 영업이익 778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롯데시네마가 매점 운영을 직영으로 했을 경우 영업이익은 롯데에 귀속됐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배임액으로 산정했다. 아울러 매점 사업은 영화관 사업 전체 이익의 50%가 넘는 핵심사업이라며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이들을 서씨 및 신 이사장과 함께 기소했다. 

 

◇​신동빈에 부당급여 508억원 횡령, 일감몰아주기 등 1249억원 배임 의율  

 

롯데피에스넷 등 계열사 부당지원 부분에는 신동빈 회장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이 2008~2012년 현금자동인출기(ATM) 구입 과정에서 계열사인 롯데기공은 중간에 들어가 39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롯데기공이 아무 역할 없었고 당시 유동성 위기 후 개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롯데기공을 지원할 목적으로 직접 지시했다며 롯데피에스넷과 공정위 간 관련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도 이 점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리아세븐이 2012년 롯데피에스넷 주식을 92억원에 매입한 부분과 계열사들이 2012~2015년 사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해 계열사가 340억원의 손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불법행위가 이슈화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에 주식 매입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계열사 직원이 회사 대표에게 '유상증자 참여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신 회장 승인과 이인원 부회장 결재가 난 사안이라는 이유로 묵살됐다'는 이메일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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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서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을 4개월 넘게 수사해 경영에 관여한 총수일가 전원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체적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향후 공판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사진=뉴스1

 

총수일가가 실제 근무 없이 계열사에 이름만 올려놓는 방식으로 급여를 챙긴 부분에 대해선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그룹에서 쫓겨나기 이전 일본 롯데 경영을 담당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05~2015년 사이 391억원의 급여를 한국 계열사에서 받았다. 서씨 모녀 역시 비슷한 기간 계열사에서 117억원을 챙겼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한국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여러 기업 범죄 사건에서 가족을 허위로 등재하고 급여를 챙기게 한 그룹 총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 판례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여기 공모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롯데가 신 전 부회장이나 서씨 모녀에 대해 별도 계약 없이 계열사 이사나 고문에 이름을 올려 급여를 지급했다며 재벌이 기업을 사금고화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번 수사에 대해 검찰은 심각한 수준의 기업사유화·사금고화 행태 등 불투명한 재벌 지배구조의 폐해를 확인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에 대해 "기업을 불투명하게 경영하며 사유화, 사금고화해 각종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이권사업, 보수 등 1282억원을 빼내 가족들에게 넘겨줬고 경영실패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471억원의 손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에서의 일본 롯데물산 통행세 지급 혐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비리 혐의,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선 주요 임원들만 재판에 넘겨졌다.

◇​'무리한 수사' 지적에 검찰 "수사 논리 따라…외부적 요인 없다"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성과 측면에서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신 회장 집무실·자택을 포함해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동원된 인원만 200명 이상으로 역대 최대급이었다. 롯데수사팀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2개 부서가 투입됐다. 애초부터 수사 타깃이 신 회장이라는 점이 명확했던 것이다. 수사 기간 동안 검찰에 불려 간 롯데 관계자만 4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애초 목표로 한 신 회장에 대한 주요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여당 의원은 지난 4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지만 검찰 기업 수사도 이제는 좀 변해야 한다"며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검사 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롯데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착수는) 수사 논리에 의한 것"이라며 "외부적 요인 없었다"고 말했다. ​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 마무리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비리라는 그룹의 치부가 드러나며 거센 개혁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뉴스1

 

수사가 종료함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 검찰과 롯데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핵심 쟁점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총수일가의 경우 비교적 사실 관계가 명확한 것과 달리 신 회장의 경우 금전적 이득이 명쾌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청구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롯데 측은 그동안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서씨 일가 등에 매점 운영권을 넘긴 부분에 대해선 공정위 지적을 받아들여 매점 운영을 직영으로 바꾼 주체가 신 회장이라고 롯데는 주장하고 있다. 또 508억원에 달하는 총수일가의 허위 급여 부분에 대해 신 회장에게 횡령 혐의가 적용된 부분에 대해서도 신격호 총괄회장 결정이었다며 당시엔 신 회장 경영책임이 미치지 못했던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검찰로서는 이 같은 롯데 측 입장을 일축하며 신 회장이 롯데 경영을 오래전부터 주도해왔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2004년부터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한국 롯데 인사·재무·사업 등 모든 결정권을 행사했고 허위 급여지급과 일감 몰아주기 부분도 직접 보고받고 실행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건 발생 당시 신 회장이 개입·지시했다는 부분이 법정에서 입증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롯데 측은 아울러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손실로 판단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배임죄에 대해 고의적으로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한해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신 회장이 손실 가능성을 알고 롯데피에스넷 관련 경영행위를 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취재진에 전한 공식입장을 통해 "오랫동안 심려를 기쳐 죄송하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롯데가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왔다"며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