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삼부자 불구속기소, 향후 쟁점은?
신동빈 배임·횡령 혐의 두고 치열한 공방 예고…"4개월 수사 성과가 고작 이거냐" 비판도
검찰이 19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4개월 넘게 진행한 롯데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총수일가의 세금 탈루, 횡령 혐의를 밝혀내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애초 목표로 한 신 회장에 대한 주요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회장,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일가 5명을 포함해 롯데 관련자 24명(법인포함)을 재판에 넘기는 내용의 롯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그동안 검찰 처벌 전력이 없는 롯데 총수일가는 경영에 개입한 전원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총수일가에게 적용된 혐의는 조세포탈·배임·횡령이다.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와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33)씨는 일본인과 결혼 후 일본 영주권을 취득해 기소중지됐다.
신 총괄회장이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6.21%를 증여하며 증여세를 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이들 세 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계열사를 포함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회사로 비상장회사이다.
그는 2006년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롯데홀딩스 지분 3%와 3.21%를 각각 증여하며 홍콩·싱가포르·미국에 있는 4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매매거래로 가장해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1년여에 걸쳐 정책본부와 외부 전문가가 동원돼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과 서씨는 지난달 이미 기소됐다.
검찰은 일단 공소사실에 증여세 탈루액을 1156억원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롯데 내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했을 때 탈루액이 28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롯데 측이 관련 일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일단 서씨 등이 인정하고 있는 액수로 기소하고 관련 자료 확보 후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 세 명이 실제 납부해야 될 세금이 실제로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총수일가 보유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넘겨준 부분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시네마는 2003년부터 매점 운영을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보유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임대 형식으로 넘겼다. 이 같은 임대 영업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있기까지 계속됐다.
이 기간 이들 회사들은 총 매출 2847억원에 영업이익 778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롯데시네마가 매점 운영을 직영으로 했을 경우 영업이익은 롯데에 귀속됐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배임액으로 산정했다. 아울러 매점 사업은 영화관 사업 전체 이익의 50%가 넘는 핵심사업이라며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이들을 서씨 및 신 이사장과 함께 기소했다.
◇신동빈에 부당급여 508억원 횡령, 일감몰아주기 등 1249억원 배임 의율
롯데피에스넷 등 계열사 부당지원 부분에는 신동빈 회장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이 2008~2012년 현금자동인출기(ATM) 구입 과정에서 계열사인 롯데기공은 중간에 들어가 39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롯데기공이 아무 역할 없었고 당시 유동성 위기 후 개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롯데기공을 지원할 목적으로 직접 지시했다며 롯데피에스넷과 공정위 간 관련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도 이 점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리아세븐이 2012년 롯데피에스넷 주식을 92억원에 매입한 부분과 계열사들이 2012~2015년 사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해 계열사가 340억원의 손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불법행위가 이슈화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에 주식 매입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계열사 직원이 회사 대표에게 '유상증자 참여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신 회장 승인과 이인원 부회장 결재가 난 사안이라는 이유로 묵살됐다'는 이메일도 발견됐다.
총수일가가 실제 근무 없이 계열사에 이름만 올려놓는 방식으로 급여를 챙긴 부분에 대해선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그룹에서 쫓겨나기 이전 일본 롯데 경영을 담당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05~2015년 사이 391억원의 급여를 한국 계열사에서 받았다. 서씨 모녀 역시 비슷한 기간 계열사에서 117억원을 챙겼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한국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종료함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 검찰과 롯데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핵심 쟁점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총수일가의 경우 비교적 사실 관계가 명확한 것과 달리 신 회장의 경우 금전적 이득이 명쾌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청구한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