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르노삼성 QM6, 산소센서 불량에 ‘뿔난 소비자’
배출가스경고등 이상 증상 다수 발생…구매자에게 고지없이 신차만 결함부품 슬쩍 교체
르노삼성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초도물량에서 발생한 산소센서 결함을 인지하고도 구매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그 후 이상이 발생한 부품을 생산 단계에서만 ‘은근 슬쩍’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르노삼성은 센서 결함이 전체 차량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에 고지 의무가 없으며, 이상이 발생한 차량에 대해서는 무상 부품교체를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QM6 차주들은 “같은 값을 주고 차를 샀는데 구매시점에 따라 다른 부품을 쓰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 르노삼성의 결함문제 대처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 갑자기 들어온 ‘배출가스점검등’, 정비소 가봤더니
인천광역시에 사는 자영업자 한지연(38·가명)씨는 지난 9월 사전계약을 통해 르노삼성 QM6를 구매했다. 앞선 차가 르노삼성 SM5였고, 당시 차량 구매를 도왔던 영업사원이 “품질 면에서 경쟁차종을 크게 앞선다”는 설명에 QM6를 생애 첫 SUV로 선택했다.
한씨가 차량을 몰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 문제가 발생했다. 퇴근 후 양화대교를 달리던 중 계기판에 “배출가스 장치를 점검해 주십시오”란 경고문구가 뜬 것. 당황한 한씨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수차례 시동을 끄고 다시 주행하는 걸 반복했지만 경고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날 한씨가 르노삼성 고객민원서비스인 엔젤센터에 전화하자, 상담원은 가까운 지정정비소로 문의해보라 답했다. 정비소를 찾은 한씨에게 직원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차가 워낙 많다”며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미 대기하고 있는 차주들이 많다. 예약을 잡아놓고 가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및 경기일대 르노삼성 지정정비소 10곳을 취재한 결과, 한씨와 같은 QM6 배출가스점검등 이상으로 부품교체를 실행한 적이 있거나 같은 증상으로 수리 문의가 접수된 건수만 28건이었다. 이 마저도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다. 일부 정비소에서는 “결함문제는 본사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한 탓이다.
정비소 모두 공통적으로 QM6 차량 다수가 산소센서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산소센서란 자동차 배기가스내의 산소량을 측정하는 장치다. 연료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에 신호를 보내 이상적인 배기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센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연료 소모 증가 ▲주행성능 저하 ▲엔진 부조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정비소에서는 산소센서 이상이 차량 성능저하를 수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소 직원은 “산소센서에는 1차센서와 2차센서가 있는데 QM6에서 이상을 보이는 것은 2차센서”라며 “주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2차센서 불량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경고등이 켜지게 되니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찝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르노삼성 “현재 양산차는 문제 시정…안전문제 아니라 고지필요없어”
르노삼성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QM6 출시 후 동호회를 통해 배출가스점검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자사 품질팀을 통해 문제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산소센서 결함이 확인됐다.
르노삼성은 이 같은 문제를 확인 후, 현재 양산되고 있는 QM6에는 부품교체를 일괄적으로 실시한 상태라고 했다. 즉, 현재 팔리고 있는 QM6에는 배출가스점검등 이상 문제를 유발했던 산소센서가 탑재되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초도물량에 한해서만 (배출가스점검등이 켜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 생산되는 양산차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8월 22일부터 QM6에 대한 사전계약을 실시해 26일 만에 1만대 이상의 계약을 이뤄냈다. 지난 9월 QM6 판매량은 2536대다. 르노삼성은 이 중 몇 대의 차에 이상 센서가 설치됐는지, 어느 생산시기부터 부품 교체가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또 센서이상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전 차종에서 발생하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에게 고지 의무가 없다고 했다. 즉, 구매 후 배출가스점검등이 뜨지 않은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차를 운행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본사로 접수된 배출가스점검등 이상 차량은 10건 정도다. 같은 시기에 생산된 차라고 해도 현재까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안심하고 타면 된다”며 “센서이상 역시 주행 안전과 무관한 것이고 그 건수도 많지 않기에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QM6를 구매한 차주들은 초반에 차를 샀다는 이유로 품질문제에 노출됐는데 르노삼성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반발한다. 안전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특정 시기 차종에서 품질문제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면 정확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 르노삼성이 적극적으로 해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난 10월 4일 QM6를 인도받은 전민기(31)씨는 “배출가스점검등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동호회를 통해 같은 문제를 계속 보게 되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1000대 중에 10대에서만 이상이 발생해도 결함은 결함 아니냐. 이미 이상이 발생한 차주들이 겪게 될 정신적·시간적 고통에 대해서는 르노삼성이 어떻게 보상해 주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