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제임스 김 한국GM 대표

노무관리·수출판매 ‘부진’, 잘 나가던 내수는 ‘브레이크’…“제임스 김, 목표 달성 못할시 그룹 내 입지축소 불가피”

2016-10-13     박성의 기자

2016년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에겐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다. 끊임없이 터지는 자동차 이슈에 제임스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매달 상한가와 하한가를 넘나들었다. 판매량이 올라가자 노사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노사관계 실마리를 풀릴 때쯤엔 판매량이 다시 주저앉았다. 이 탓에 한해 정점을 향해 치달아야 할 지금까지 제임스 김 사장의 데뷔 성적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업계는 한국GM 4분기 실적에 주목한다. 제임스 김 사장은 공개석상에서 끊임없이 판매 목표를 강조해왔다. 대외적인 목표 공개는 자신감 표출인 동시에 최고경영자(CEO)와 회사에는 숙제가 된다. 제임스 김 사장이 언행일치(言行一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향후 GM그룹 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IT 전문가 CEO, 극단으로 갈리는 평가 


한국GM은 올해 세르지오 호샤 전 한국GM 사장 후임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지낸 제임스 김 사장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전사임원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 / 사진=한국GM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1월 세르지오 호샤 전 한국GM 사장에 이어 한국GM의 경영 배턴을 이어받았다.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코리아 사장을 거친 이른바 ‘IT 통’ CEO다. 경영능력 검증은 끝났다. 다만 자동차업계에선 무명(無名)이었다. 제임스 김의 한국GM에 자연스레 물음표가 따라붙은 까닭이다.

제임스 김 사장이 마주한 숙제는 두 가지다. 우선 현대·기아차 독주체제에서 한국GM 판매량을 늘려야 했다. 한국GM은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도 보다 2.6% 늘어난 15만8000여 대를 팔았다. 판매량이 늘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정책과 대형 세단 임팔라 신차효과 덕을 봤다. 제임스 김 사장은 개소세 인하정책과 신차효과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비기(祕器)를 준비해야 했다.

두 번째는 틀어진 노사관계였다. 한국GM은 사내 수뇌부가 바뀔 때마다 노조와 갈등을 겪었다. 호샤 전 사장 역시 부임 첫 해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쉽게 매조짓지 못해 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마주해야 했다. 여기에 제임스 김 사장은 5개 기존 리테일러사(아주, 에스에스오토, 삼화, 스피드, 대한)와 재계약하는 대신 직영대리점판매체계를 선택, 부임과 동시에 영업노조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한해 4분의 3을 넘긴 지난달까지 제임스 김 사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을 오간다. 판매부문에 있어서 한국GM은 괄목할 성과를 보였다. 경차 스파크와 중형 세단 신형 말리부의 동시 선전으로 지난달까지 내수시장에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3% 늘어난 12만7990대를 판매했다. 다만 수출이 문제다. 지난달까지 해외로 팔려나간 한국GM 차량은 전년 동기보다 10.0% 줄었다.

노조와의 임금협상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9일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파업이 수반되며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영업노조와의 협상은 끝내 거부했다. 제임스 김 사장은 영업노조를 별도 협상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화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파업사례가 극히 적은 IT 업계에 몸 담았던 제임스 김 사장이 한국 자동차노조의 강성 성향을 낯설어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사 전임 간부는 “협상은 호소한다고 되지 않는다. 노조 성향과 요구조건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데, 외국 출신에 자동차업계 경력이 전무한 김 사장이 이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내수 시장을 잡으려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봐야 소용없다. 현대차에서 볼 수 있듯, 노조 파업이 촉발되면 판매량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제임스 김, 계속 외치는 ‘목표’는 양날의 검

제임스 김 사장은 노무관리와 판매 양쪽에서 ‘A 학점’은 받아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 역시 이 지점을 지적한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 8월 12일(현지시각) 한국GM이 수출 감소와 비용 상승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며, 제임스 김 사장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매체는 “세르시오 호샤 전 사장은 기술 및 생산 전문가였다. 반면 제임스 김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근무했던 자동차업계 외부인사”라며 “(그럼에도) GM그룹이 김 사장을 임명했다는 것은 한국GM 사업 일선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체는 한국GM 4개 공장 연간 생산능력이 총 75만8000대에 이름에도 2015년 생산물량이 46만대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올해 역시 해외 수출 부진과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진 탓에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약 43만대에 머물렀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4.4% 감소했다. 매체는 한국GM이 그룹 내 아시아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제임스 김 사장이 이 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9월까지 제임스 김 사장의 판매목표 달성률은 67%다. 사진은 지난 2월 24일, 캐딜락 서초전시장에서 열린 캐딜락 브랜드 ‘V-시리즈’ 신모델 ATS-V 신차공개행사에 참석한 제임스 김 사장. / 사진=한국GM

 

업계는 제임스 김 사장이 부임초기 밝혔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판매와 노무관리 문제 실타래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제임스 김 사장은 올해 국내에서 19만1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은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수 판매가 늘면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조가 원하는 현지생산물량 확대도 내수판매가 20만대에 육박하면 실현 가능해 진다.

한국GM 1~9월 판매량은 12만7990대로 지금까지 목표대비 약 67%를 달성했다.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2만1000대는 팔려나가야 제임스 김 사장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4분기 자동차 내수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개소세 인하정책에 이어 대규모 할인을 단행했던 코리아세일페스타까지 종료된 시점인지라, 기저효과가 발생하며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한국GM 내수판매량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GM은 주력차종인 스파크 판매가 감소하며, 내수에서 전년동월 대비 14.1% 감소한 1만4078대를 판매했다. 임팔라 판매는 전년보다 크게 주저앉았고 신형 말리부 역시 르노삼성 SM6와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는 터라 큰 선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에겐 꽤 괜찮은 해였다. 다만 하반기 수요가 문제다. 개소세 인하도 종료된 만큼 상반기만큼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임스 김 사장이 목표로 내걸었던) 판매량을 맞추기 쉽지 않아졌다. 소비자가 살 모델도 부족하고 구매요인도 없는 상황이다. 2~3개월 사이에 밀어내기만으로 판매 감소분을 메우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