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두산중공업 담합 봐주기 의혹
담합 내용 누락에도 자진신고 내세워 과징금 전액 면제…정보 유출도 '개인 일탈’로 덮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규모를 축소해 신고한 두산중공업에 대해 ‘한 임원의 개인 일탈’이라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을 면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두산중공업의 의도적인 누락 신고 행위를 알았음에도 이 같은 조치를 내리자 ‘대기업 봐주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10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리니언시 경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4월 두산중공업의 의도적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과징금은 면제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5월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사이에 발주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담합을 주도한 사실을 최초로 자진신고했다. 이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해 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은 담합 사실을 최초 자진신고한 업체는 과징금 전액을, 두 번째 업체는 50%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를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라고 부른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총 12건의 담합 중 2005~2006년 담합한 5건은 누락하고 2007~2012년 7건만 신고했다. 지난해 4월 담합을 한 두 업체가 자진신고를 하자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7월 나머지 5건에 대해 추가 신고했다.
두산중공업의 누락 보고에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11월 두산중공업의 리니언시 1순위 지위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냈다. 이를 조사한 심사관은 “두산중공업 등 6개사는 2~3차 합의만 인정하고 1차 합의를 부인하다 차후에 인정했다. 두산중공업은 합의에 참가한 직원이 합의를 부인하는 등 더욱 비협조적으로 임했다”며 지위 박탈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35조에 따르면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두산중공업이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자진신고 사실을 다른 건설 업체에 귀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공정거래법 상 ‘누설금지 원칙’을 위반한 사례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4월 20일 두산중공업의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 취소’ 결정을 다시 뒤집어 논란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1순위 지위가 취소될 경우 과징금 수백억원을 물어야 했지만 최종적으로 1순위 자격을 그대로 유지해 과징금 100% 감면과 검찰 고발 면제 혜택을 받았다. 결정 번복에 대해 공정위 측은 “두산중공업이 담합 전모를 밝히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며 “누설은 인정되지만 개인 차원의 일탈행위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설명에 대해 정재호 의원은 “공정위가 리니언시를 악용하는 대기업에 개인 일탈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심사 담당자도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린 공정위 결정 근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통영·평택·삼척에 LNG 저장탱크를 짓는 3조2269억원 규모 건설공사 12건을 발주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13개 담합 건설사에 총 과징금 3516억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