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게이트 1년, 친환경차 힘 못 얻고 디젤차는 굳건

올들어 올 뉴 K7 디젤, SM6 디젤 등 디젤차 20여종 쏟아져

2016-10-04     배동주 기자
디젤 게이트 이후 1년,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개별 판매량이 반토막 나는 가운데 디젤차 판매량은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폴크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1년 동안 주춤했던 디젤차 판매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차 판매량 감소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주목됐던 친환경차 판매량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저유가 기조 속에서 디젤차 출시가 이어진 탓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9만26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9502대와 비교해 15.4% 줄었다. 판매가 전반적으로 줄었음에도 판매량 상위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디젤과 BMW 3시리즈 디젤이 차지하며 견고했다. 판매량 상위권을 유지한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아우디 A6 디젤 등이 판매정지로 자리를 비웠을 뿐 디젤차 선호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은 셈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디젤차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디젤차는 32만1172대가 판매 됐으나 올해 같은 기간 33만6896대가 팔리며 4.9% 증가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차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를 제외한 국내외 자동차 업체가 잇따라 신형 모델을 발표한 것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아차가 올 뉴 K7 디젤과 르노삼성이 SM3 dCi를 내놓는 등 20종 이상의 디젤차가 쏟아졌다. 특히 르노삼성 SM6 디젤은 8월 693대가 팔리며 SM6의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달에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과 볼보 더 뉴 S90 D5, 르노삼성 QM6 등 6종의 신형 디젤차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친환경차가 디젤차 판매량을 흡수할 것이란 전망도 어긋나는 모양새다. 하이브리드차는 8월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68% 늘었지만, 개별 판매량은 7월 대비 절반에 그치는 등 침체기에 빠졌다. 또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가 승용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등 새로운 차종 투입으로 친환경 자동차 인기가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기아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는 8월 113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판매량인 2242대에 비하면 절반으로 떨어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판매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올해 판매목표는 1만5000대로 월평균 1250대 이상을 팔아야 하지만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은 746.5대에 불과하다.

이밖에 강화된 질소산화물(NOx)과 분진(PM) 기준에 충족하는 유로6 디젤차가 출시되면서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엔진 회전력과 고연비를 뽑아낼 수 있는 디젤 엔진의 장점이 강화되는 추세도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기존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 차량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난 8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6%, 37.3% 감소했다.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4% 줄었다.

산업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디젤차와 비교해 하이브리드차는 힘이 떨어지는 데다 연비도 특출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디젤차 판매량이 위축됐다고 해도 단기간에 급격히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차가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폴크스바겐 사태를 기회 삼아 정부가 인센티브를 늘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