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동빈 구속영장 청구…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원칙론 앞세워 경제 논리 배척…법원, 28일 영장실질심사

2016-09-26     한광범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18시간이 넘는 밤샘 조사를 마치고 귀가를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고심을 거듭하던 검찰이 26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17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회장 출석 조사를 마친 지 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제 상황, 경영권 위협론 등 여러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칙론'으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 범죄 혐의 액수가 크고 범죄액 상당수가 총수일가 이득을 위해 쓰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롯데 측이 일본을 방패 삼아 수사에 비협조한 점도 영장 청구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서미경(57)씨 모녀는 현재 일본에 체류하며 검찰의 귀국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롯데는 검찰의 일본 계열사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일본인 주주 반대'를 이유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도 "신 회장 포함해 총수일가는 일본에 연고가 있다. 2002년 대선자금 사례에선 안 들어온 사례 있었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 여지가 있어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해 21일 새벽 돌려보낸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심을 계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 중대성, 형평성, 사거 처리 준수 문제, 구속 영장의 긍정적·부정적 요소 등을 놓고 수사팀 나름대로의 논의와, 대검과의 실질적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논의 과정에선 수사 외적인 요소로 신 회장이 재계 5위 대기업 총수라는 점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됐다. 특히 롯데 등 재계에서 제기한 총수일가 경영권 위협론도 다양한 견해를 들으며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에 대해선 세부적으로 500억 원대 횡령 혐의와 1250억 원대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지난 10년 간 계열사에서 받아간 보수가 21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실제 업무를 하거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을 제외한 500억 원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검찰은 부당 급여가 지급되는 데에 신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계열사에서 받은 400억 원이 포함됐다. 검찰은 신 회장이 한국 계열사 경영권 유지를 위해 신 전 부회장에게 급여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도 신유미(33) 호텔롯데 고문, 서씨 급여가 여기 포함됐다. 다만 신 회장이 일본 계열사에서 받은 급여 부분에 대해선 일본 계열사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일단 제외했다. 

 

검찰은 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해 서씨 모녀 등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챙긴 770억 원대 수익을 챙기는 과정이 신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또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에 480억 원대 손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결론 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소송 사기 의혹, 일본 롯데물산의 200억 원대 부당한 통행세 의혹 등에 대해선 신 회장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해 일단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벌 수사 과거 사례를 보면 횡령·배임 기소 사건은 대부분 부당 계열사 지원, 옵션거래 등 잘못된 투자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식"이라며 "총수일가가 사적으로 회삿돈 빼돌린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 수사는 전적으로 총수 일가가 회삿돈을 급여 형식이나 알짜 사업 빼돌리기를 통해 1300억 원 이익을 빼돌린 것"이라며 "총수 일가의 이익 빼돌리기 차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재벌 수사 가운데 액수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앞서 신 회장은 검찰 출석 당시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한 바 있다. 

 

신 회장 구속 여부에 따라 청구로 검찰과 롯데 중 한쪽의 치명상은 불가피하게 됐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롯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구속으로 총수일가 전원이 그룹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롯데 등 재계의 우려이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신규사업 투자와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 등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수사 자체가 검찰의 이슈 전환 차원이었다는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은 수천억 원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신격호(95) 총괄회장과 더불어 신 전 부회장, 서씨 모녀 등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잡았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