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나라살림]② R&D 사업도 구멍 숭숭
지난 5년간 중기 R&D 부정사용액만 285억…기획평가시스템 바짝 조여야
기업 연구개발(R&D)에 지원하는 국가 예산에 대한 지급심사와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김병관 의원실이 중소기업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까지 5년간 중소기업 R&D 부정사용 적발 건수는 모두 127건, 부정사용 기업들에 지원된 금액은 총 284억 7800만원이다. R&D부정사용 내역은 목적 외 사용, 세금계산서 허위증빙, 인건비 유용, 납품기업과 공모 등이다.
전문가들은 R&D사업을 기획, 평가, 관리하는 데 쓰이는 순수 기획평가사업비(이하 "기평비") 예산부터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순수 기평비가 적으면 R&D 사업 기획, 관리, 평가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R&D 예산 낭비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순수 기획평가에 사용되는 예산이 기관 인건비, 경상운영비 등 간접비에 밀려 줄어들 우려가 크다. 인건비는 R&D사업 기획과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가 아닌 관리기관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에 지급되는 비용이다. 경상운영비는 건물 관리비 등으로 지출된다.
◇“중소기업 R&D사업 기획·평가, 경쟁입찰 도입 등 위탁비용 줄여야”
지난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집행한 R&D사업 중 특히 외부위탁사업의 간접비 비중이 높았다. 외부기관에 위탁된 6개의 기획평가관리비 예산 중 절반이 넘는 51.2%가 인건비와 경상운영비 등 간접비로 쓰였다. 반면, 진흥원이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집행한 R&D사업의 간접비는 21.8%였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중소기업청 R&D 사업은 사업관리 업무의 위탁으로 운영성 경비 등 본래 목적 외로 사용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위탁비용을 줄이기 위한 사업 관리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 위탁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R&D사업 기획, 평가에는 전문성이 필요해 위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몇해 전 원래 3개이던 기관을 하나로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위탁업체 선정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경쟁계약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중소기업청은 2017년도 예산요구서에서 내년도 R&D사업 예산으로 지난해 집행액보다 약 24억원 증액한 80억474만원을 요구했다. 없던 항목인 제품서비스기술개발비도 새로 생겨났다. 관계자는 “경쟁입찰 방식을 포함한 예산의 세부계획은 내년 4월에 정해진다”고 말했다.
◇“기평비, 인건비 및 경상운영비와 별도로 편성해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기평비의 약 3분의 2를 인건비와 경상운영비 등 간접비로 사용했다. 이는 212억4200만원 중 139억94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사업의 기획평가관리비 중 특허동향분석, 평가위원 수당 등 R&D 사업관리를 위해 사용된 순수기평비는 전체 기평비의 36.4%인 88억 5200만원에 불과했다.
순수 기평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인건비와 경상운영비가 낭비되지는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인건비, 경상운영비가 제대로 집행됐는지 한눈에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해당 부분 예산은 인건비, 경상운영비와 함께 일괄 지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산집행 결과를 파악하려면 해당 기관에 자료를 별도로 요청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기평비와 인건비, 경상운영비가 분리돼 나오지 않아 간접비 예산집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R&D 전담기관의 운영을 위한 예산(인건비․경상경비)과 특허동향조사, 평가위원수당 등 R&D 사업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순수 기획평가관리비 예산을 분리해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에너지기술 R&D 관리기관 지원에 편성된 금액이 12억원에 불과해 기관의 임차료 일부만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족한 기관운영비를 기획평가비에서 충당했던 것”이라며 “R&D 기획평가에 직접 사용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R&D 기획·평가 등 사업관리의 질적 저하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연구개발비 부정사용이 줄지 않고 있어 세금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보다 엄격한 연구개발비 지급 기준을 정하고 부정사용을 사전에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후 관리도 강화해야 부정사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이 꼭 필요한 기업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