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유상증자 성공 기대감에도 주가는 약세
하반기 실적 개선…새 수익원 등 추가 모멘텀 필요
한화투자증권이 유상증자 성공 기대감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형사 위주로 업계 재편이 예상되지만 한화투자증권 주가가 상승하려면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전거래일 대비 3.08% 하락한 2360원에 마감됐다. 지난 8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7월말 주가가 3000원대 위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이날 종가는 21%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의 2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은 일단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우리사주조합 예비청약에서 청약률 110%를 기록하며 초과수요를 기록했다. 기존 주주인 한화그룹 관계사들도 초과청약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오는 22일부터 양일간 예정된 일반 공모에서 수요확보는 아직 미지수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유상증자 신주발행가는 2245원이다.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던 당시는 물론 현재 주가보다도 낮다. 이 때문에 한화투자증권은 공매도가 몰려 주가가 약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화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탔던 지난달 18일 공매도수량은 4만64052주를 기록해 총 거래량 대비 19.2%를 차지했다. 이어 8월 말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8월 30일 공매도수량은 53만8847주로 총거래량 대비 44.7%를 기록했다.
증권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고 주가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공매도도 잦아들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수량만큼 상환하기 위해 일시적인 매수세도 들어올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화투자증권이 강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내내 실적 저조에 시달렸다. 올해 1분기에는 900억원, 2분기에는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 상당수가 흑자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여기에는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문제였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발행에 열중했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묶이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정 수준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S가 잘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차이가 있었다면 자체 헤지 ELS 발행이 많았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ELS를 발행할 때 설정된 손실 구조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헤지 계약을 활용한다. ELS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현물을 보유(long)하는 구조라면 지수 선물옵션을 파는(Short) 형식으로 헤지를 해둔다. 이 과정은 옵션의 변동성을 의미하는 '델타'를 따서 델타헤지로 부른다. 단순하게 보면 기초자산 변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이익을 교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는 이 헤지 과정을 대부분 해외 대형 금융기관과 스왑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처리한다.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국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헤지할 경우 위험 발생 시 감당해야 하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ELS 만기 시에 주가 변동에 따른 시세조종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타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신영증권이 판매한 기아차 주식 연계 ELS는 백투백 헤지를 위해 BNP파리바와 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자체 헤지를 선택해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장기간에 걸친 수익성 문제가 작용했을 것을 추측된다. 한화투자증권은 푸르덴셜투자증권 합병 이후 지속된 적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국내 증권시장에서 전통적 수익 기반인 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은 업계 경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 업계가 한쪽은 대형화, 또 다른 한쪽은 특정분야 특화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해도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 없이는 주가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