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사이드]⑤ 문화 속 인공지능 ‘공포의 대상’

상상력의 산물, 과학·기술적 기초 부족

2016-09-09     정한결 기자
영화 엑스 마키나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 / 사진=영화 캡처

 

우리가 자주 접하는 책, 영화, 게임, 공연 등 다양한 문화 매체 속에서 인공지능은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지난 해 나온 <엑스 마키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역시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입니다. 

다양한 문화 매체 속 인공지능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인공지능이 로봇에 탑재돼 사건사고를 일으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선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기도 합니다. 문화 매체 속 인공지능을 보고 로봇이라 생각하지 인공지능이라 쉽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BB-8이나 R2-D2가 인공지능보다는 로봇 애완동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문화 매체 속 인공지능을 논할 때 로봇을 제외하고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또한, 문화 매체 속 인공지능·로봇은 주로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과학·기술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다 보니 현실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실현 불가능한 인공지능도 많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가능한 인공지능과 먼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이 혼재돼 있기도 합니다. 이에 지금까지 쌓아온 인공지능 연구 성과에 기초해 과연 문화 매체 속 인공지능·로봇이 실현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실현된다면 언제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최초의 인공지능과 공포

 

문화 매체 속 최초의 인공지능은 프랑켄슈타인입니다. 1818년에 출간된 메리 셸리 저 <프랑켄슈타인>은 근현대 대중문화 중 최초로 로봇과 인공지능을 다룹니다. 미국 최고 공상과학(SF) 소설 작가 아이삭 아시모프는 최초의 인공지능을 기려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라는 ‘기계종에 대한 두려움’의 뜻을 가진 단어를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은 감정을 가지고 욕망이 있는 인조물입니다. 비록 흔히 상상하는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는 아니지만,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빅토르가 사람 시체를 조립하면서 자연적으로 지능과 욕망이 생성된 피조물입니다. 괴물은 자신과 똑 같은 여성 인조물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창조주 빅토르 주변 인물을 다 죽이겠다고 말하고, 이를 시행합니다.
 

근현대 거의 최초 공포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은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책 뿐만이 아니라 영화, 게임, 연극 등 다양한 곳에서도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 팜므파탈 로봇

 

게임 속 살인기계 오리아나 / 그래픽=라이엇게임스

 

프랑켄슈타인보다 1년 전 출간된 1817년 어네스트 호프맨 저 ‘밤 이야기’ 단편집 역시 인조물을 다룹니다. 프랑켄슈타인보다 1년 전 출간되었지만 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오페라로도 제작되고 20세기 들어서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단편집입니다. 

 

단편집 중 <샌드맨>은 매혹적인 인조물을 다룹니다. 샌드맨은 독일 문화권에서 전해지는, 말 안듣는 아이들의 눈을 파먹는 귀신입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망태할아버지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짧게 요약하자면, 주인공 나다니엘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눈을 파먹으려 한 미치광이 과학자 코펠리우스를 대학에 가서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가 사람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오히려 코펠리우스라 오인했던 코펠로의 딸 올림피아와 짝사랑에 빠집니다.

 

올림피아는 무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댄스 파티에 얼굴을 보이지만 춤을 추지 않고 사람들을 응시하기만 합니다. 나다니엘은 자기가 거주하는 하숙집 방에서 망원경으로 올림피아를 매일 관찰합니다. 약혼녀가 있고, 올림피아에게 한 마디도 제대로 건내보지 못했지만, 사랑에 빠집니다.

결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코펠로는 코펠리우스가 맞았고 올림피아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아름다운 기계였습니다. 올림피아는 지금의 기술로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과도한 움직임 없이 응시만 하는 “아름다운” 로봇은 지금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특수효과(애니매트로닉스) 전문가들은 이미 수많은 아름다운 로봇을 만들어 영화 소품 일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호프만 시리즈 단편은 많은 후속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영화 <엑스 마키나>에 나오는 에이바 역시 인간을 기만하는 매혹적인 여성형 기계입니다. 에이바는 오필리아와 달리 인간처럼 사고하고 느끼며, 인간 감정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소통합니다. 본인도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화내고 무서워하는 등 희로애락을 담아 인간심리를 표현합니다. 영화 말미에는 인간 심리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면서 창조주를 죽이고 탈출에 성공합니다.
 

에이바 같은 인공지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초지능 수준까지 발전해야 하며 인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려면 로봇 공학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과 소통하면서 학습을 통해 감정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인간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학습할 수 있겠지만, 감정을 갖고 사랑이라는 인간 정서를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는 불확실합니다.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은 인간 뇌 신경망 체계를 흉내냅니다. 결국에는 인지, 연산, 추론 등 인간의 이성적 특성을 베낄 수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만약에 달성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중추 신경 산물인 감정이나 정서, 그리고 욕망도 습득할 수도 있습니다. 

 

에이바가 영화 속 올림피아라면, 게임에도 올림피아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최근 PC방 게임 왕좌에서 잠시 물러난 ‘리그오브레전드’에도 비슷한 ‘오리아나’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오리아나를 미치광이 과학자 레벡 박사의 딸이자, 살상용 기계태엽에 구체 모양의 무기를 들고 다니는 기계로 설명합니다.
 

오리아나가 사회적 가치관에 어긋난 행동을 주로 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오리아나는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명령을 따르고 인간처럼 살려고 노력하지만 기계일 뿐입니다. 감정은 없지만 인간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로봇입니다.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보다 빨리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 인공지능, 군사용 인공지능의 위험

 

리그오브레전드 이외에도 수많은 게임에서 인공지능·로봇을 다룹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발매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커맨드컨커 시리즈에서도 카발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이 나옵니다. ‘코어’라는 컴퓨터 기반이 있지만 스크린 내 홀로그램 형태로 비치는 인공지능입니다. 게임 내 사악한 노드 진영 지도자의 뇌 패턴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지도자를 닮아 냉혹하고 교활한 전략을 짭니다. 

 

전문가들은 군사 인공지능이 위험하다고 경계합니다. 사진은 커맨트앤컨커 인공지능 카발. / 출처 = KaneWrath @ Photobucket
카발은 노드에서 독립해 인류를 사이보그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로봇 공장을 신설해 자신만의 사이보그 군대를 만들고 인간 지도자들을 암살하기도 합니다. 게임 이용자에게 카발을 파괴시키는 목표가 주어집니다. 

카발은 군사용 인공지능입니다. 감정과 이성을 갖추고, 여러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우수한 능력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전략을 짭니다. 게임이라는 비교적 덜 대중적인 플랫폼에 등장했지만,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두려워하는 인공지능 형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대표이사,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스,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교수, 빌게이츠 등 많은 인사들은 지난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배반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고 공개 서명을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일에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머스크 회장은 카발처럼 인공지능이 모든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중앙통제시스템기반으로 설계되건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사악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오슈아 벤지오 몬트리올 대학교수도 군사용 인공지능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도 결정하기 힘든 사람의 생사를 “계산만 할 줄 아는” 인공지능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추억의 게임 메가멘 시리즈는 로봇과 로봇간 싸움을 다룹니다. 메버릭 로봇들은 인류가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인류를 적대시합니다. 주인공 엑스와 제로는 반대로 인류를 지키려고 합니다. 메버릭이나 엑스, 제로 모두 군사용 인공지능입니다. 

 

게임 내 긍정적으로 묘사된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1인칭 슈팅게임 (FPS) 헤일로 시리즈에서는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코르타나가 나옵니다. 카발처럼 우주함 시스템 내에서만 존재하는 인공지능으로 유저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선박 관리 및 게임 미션을 전달하며 다양한 비서 업무를 총괄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윈도우 10에서 사용되고 있는 동명의 인공지능 코르타나를 헤일로 시리즈 코르타나 캐릭터에서 따왔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상영된 공포, 우리 사회를 반영하다


영화에서도 인공지능을 많이 다룹니다. 부정적인 내용이 대다수이긴 합니다. 1951년 개봉한 <지구가 멈추는 날>은 2008년 키아누 리브스 주연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외계인을 다루는 영화지만 로봇이 잠시 나옵니다. 영화 속 로봇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공포스러운 수단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고 나중에는 작은 나노머신 형태의 벌레가 되어 눈 앞에 있는 모든 물질을 종식시킵니다.
 

켄델 필립스 뉴욕 시라쿠스대 교수는 <상영된 공포>라는 책에서 1950년대 미국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과 로봇에 대한 공포가 당시 사회 모습을 반영한다고 주장합니다. 1950년대 영화에서 드러나는 사회 현상은 냉전과 핵무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 핵무기와 과학에 대해 대중들이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는 해석입니다. 소비에트 연방과 과도한 군비경쟁,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전쟁이라는 양상을 통해 드러나는 과학의 발전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과학의 무분별한 발전과 미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필립스 교수는 SF장르가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에 편입되기 시작한 시점을 1950년대로 꼽습니다. 그는 SF 영화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공포를 집어주고 해소시키거나 더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지구가 멈춘 날>은 외계인이라는 불확실적인 요소와 이에 대응하는데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과학자들,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키는데 사용되는 로봇 기술들을 한번에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필립스 교수는 스타워즈처럼 로봇이 주가 아닌 영화에서는 몰라도, 미래나 로봇을 주로 다루는 영화에서 로봇이 공포의 소재가 되는 건 이러한 사회의 욕구와 두려움을 표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역시 인공지능이 주인 영화로 핵무기를 공포로 이용합니다. <지구가 멈추는 날>이 간접적으로 두려움을 표현했다면, <터미네이터>는 공포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먼 미래 초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어느 날 갑자기 자아를 ‘자각’한 뒤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인공지능 연구자 상당수는 인공지능이 느닷없이 자아를 자각하는 것은 불가능한다고 합니다. 어느 한 순간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지능폭팔(intelligence explosion)’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연구성과에 기초하면 지능폭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작은 연구 성과물이 축적돼 발전하는 것이지 느닷없이 퀀텀 성장하지 않는 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스카이넷 같은 인공지능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 대량살상무기를 통제하면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자가 학습을 통해 초지능을 얻게 된 뒤 자기 생존을 위협할 유일한 존재인 인류를 향해 적대적 태도를 취한다면 인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align=
중앙통제형 초지능 인공지능의 또 다른 예느 할(Hal3000)입니다. 1968년 개봉한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SF라는 장르 구분 없이 영화계 최고 명작 중 하나로 꼽히며, 최초로 인공지능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중 후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영화로 여겨집니다.

영화에서 2001년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내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사투를 벌입니다. 할은 ‘에러가 없는 완벽한’ 시스템이자 우주선을 운영하는 컴퓨터입니다. 선내 다양한 시설에 통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발처럼 내재된 컴퓨터가 있지만, 근본적인 실체는 없고 시스템 내에서만 존재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목성으로 향하는 항로 중 할은 선내 결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들이 가서 결함을 고치려 하지만 문제가 없습니다. 할은 자기가 완벽하다고 주장하며 목성 여행이 실패할 이유로 인간의 불확실성을 꼽습니다. 결국 할은 수리하러 나간 사람의 산소공급을 차단하며 죽이려 시도하고, 인간들은 끝내 할을 시스템에서 차단시킵니다.
 

◇ 이성만 갖춘 기계, 감정 갖춘 기계는 먼 미래의 일

 

<매트릭스> 시리즈 역시 기계와 인간의 대립을 다룬 영화입니다. 매트릭스 내에서는 다수의 인공지능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되어버린 스미스부터, 메로빙거, 페르세포네, 아키텍트와 오라클이 있다. 영화는 매트릭스라는 시스템이 항상 결함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간들이 매트릭스에서 깨어나고 주인공 네오나 조연 모르페우스처럼 반란을 일으킵니다. 시스템이 전권을 부여하는 ‘더 원’ 네오 같은 존재가 각성하기도 합니다.
 

기계들은 결함을 줄이고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서 매번 매트릭스 세계를 재창조해야 합니다. 아니면 수가 늘어난 인간이 반란을 일으켜 세계가 붕괴하고, 매트릭스 가상 세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죽고 에너지 공급을 받지 못하는 기계들도 멸망한다고 예측합니다. 앞서 말한 인공지능들은 매트릭스를 재창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 아키텍트는 인간에게서 생체에너지를 착취하기 위한 매트릭스라는 가상세계를 설계합니다. ‘더 원’ 네오를 부추겨 매트릭스 재창조를 스스로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메로빙거와 페르세포네는 이를 도와 현장에서 네로일행과 맞붙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키텍트가 인간을 적대시한다면, 오라클은 인간과 친근하게 지내면서 아키텍트와의 대립을 부추깁니다. 매트리스를 깨뜨리고 인간을 구제할 방법이 있다며 정보를 제공합니다. 두 단체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네오 같이 선택 받은 자가 자기 희생을 통해 매트릭스 시스템에 편입되어 재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영화에서 네오는 사랑의 힘을 빌어 기계와 인간 모두를 구합니다.
 

오라클도 그런 의미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영화 내 인공지능은 결국 명령과 프로그램 체계 안에서 움직입니다. 인간 모습을 하고 지성을 갖추고 있지만, 명령체계 안에서 움직이지 독창적인 사고를 하지 않습니다. 오라클은 아키텍트에 대해 “그는 공식 부등호를 맞추기 위한 계산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너의 인간적인 행동들을 예측하지 못한다”라고 말합니다. 오라클 자신도 네오가 인류의 구원과 사랑하는 사람의 구제 중 사랑을 택할 지 예측하지 못합니다. 매트릭스 내에서도 기계는 이성만 갖춘 기계로 묘사될 뿐, 사랑을 하는 인간이 되지 못합니다.

◇ 불평등 가속화하는 미래 인공지능


2013년 개봉한 <엘리시움> 역시 우울한 미래를 그립니다. 우주에 사는 상류층과 망가진 지구에 사는 하류층간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전문가들은 군사인공지능과 드론이 결합한다면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미래라고 말합니다.


군사용 인공지능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 해석은 인공지능 기술이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하면서 중산층 직업이 사라진다는 전망에 기초합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소수직업 종사자들이 부를 독점하게 되고, 다수의 저소득층은 불평등에 불만을 표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부를 독점한 상류층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군사용 인공지능 로봇을 고용하기 시작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2008년 개봉한 <월-E>의 경우, 월-E가 동료로봇 이브와 함께 지구를 구합니다. 월-E는 자아를 가진 안드로이드형 로봇으로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꿉니다. 기존 영화에서 드러난 초지능도 아니고 살인기계도 아닌 셈입니다. 떄로는 인간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 개봏한 <그녀(Her)>에는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인공지능이 나옵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 중 고독감을 느낍니다. 그 가운데 시리 같은 인공지능과 접하게 됩니다. 실체는 없지만 음성 언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사를 만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사와 대화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사만사 역시 사랑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사만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헤일로 시리즈 비서형 인공지능 코르타나는 이미 같은 이름의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자연어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부 소셜로봇은 사용자 말투나 어휘에 기초에 사용자 기분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우리 기분에 호응합니다. 화나면 달래주고 기쁘면 공감해주는 로봇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듯이 사랑을 느끼는 인공지능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긴 합니다.
 

문화 매체 속 다양한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주로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졌습니다. 필립스 교수는 “우리가 두려워 하는 대상들과 우리가 이 대상들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는 우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사회적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