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8일 오후 신격호 방문조사…서미경 여권 무효화 준비
3000억원대 탈세 등 조사…"서씨 모녀 준법의식 결여, 호락호락 안 넘겨"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8일 오후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8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 집무실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1시간 30분가량 신 총괄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방문조사는 신 총괄회장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일경 신 총괄회장 측에 8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고령과 좋지 않은 건강상태로 출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방문조사를 해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에 검찰은 7일 수사팀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을 보내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직접 살펴봤다. 검찰은 2시간가량 동안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를 살피고 주치의를 만나 협의를 진행한 후 돌아갔다. 이 같은 방문조사를 토대로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하는 것이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8일 방문조사를 최종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출석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강제로 나오라고 하긴 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폐렴으로 입원했다 퇴원했다고 해서 그런 걸 감안해 방문조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햇따.
◆법원 "지남력 부족·상실" 이미 판단…일각선 조사 실효성 의문도 제기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리며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을 꾸준히 복용해왔고 정신상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간·장소에 대한 지남력(상황 판단력)이 부족하거나 상실된 것으로 보이는 진술을 여러 차례 했다", "조사관 조사 결과에도 지남력,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은 가정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신 총괄회장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해본 경험도 고려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이번에도 문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신 총괄회장이 심신상실 상태가 아닌 만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의 신 총괄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법원이 지남력 상실이라고 판단했다는 걸로 보아 가벼운 치매 증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수사에 응할 상태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가사전문 변호사도 "신 총괄회장이 성년후견 재판 과정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했던 것으로 안다"며 "유의미한 조사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재계에선 신 총괄회장 신병관리를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맡고 있는 점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치매라는 롯데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신 전 부회장으로선 검찰 수사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을 상대로 수천억 원대 탈세 의혹, 수백억 원대 배임 의혹 등 롯데 경영비리 전반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신동빈(61) 회장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도 신 총괄회장을 통해 알아볼 방침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탈세 및 배임이 이루어질 당시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그룹 살림을 총괄던 점을 들어 여기에 깊게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