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GM, 헌 차를 새 차로 속여 팔고…“주행거리 초과 환불 안돼”

“30만원 줄 테니 그만하고 타라”

2016-09-08     배동주 기자

“인천에 있는 출고장에 말리부를 받으러 가기 전날, 이미 뭔가 이상했어요.”

충북 제천시에 거주하는 한모(30) 씨는 인천 서구에 있는 한국GM 자동차물류센터(신차 출고장)로 가기에 앞서 생애 첫 번째 차가 될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 차대번호부터 확인했다. “설레는 마음에 차의 주민번호나 다름없는 차대번호를 보니 같은 시기 생산한 다른 차들보다 훨씬 빨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신차가 아니었다. 5월 25일 생산한 뒤 제품 하자로 인수가 거부된 차량이었다. 앞서 한 씨는 5월 27일 생산에 들어가 6월 17일 완성 예정인 신차라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를 결정했다.

그는 부랴부랴 자동차매매계약서와 판매품의서에 적힌 서식번호를 확인했다. 자동차 제작증 발급번호와 달랐다. 한 씨는 해당 차량을 판매한 영업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같아야 한다”였다가 9분 만에 “다를 수 있다”로 바뀌었다. 다음날 그는 뒷범퍼 도장 불량으로 인수 거부된 차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가 차대번호를 외워버린 뒤였다. 

 

자동차매매계약서와 판매품의서에 적힌 서식번호가 자동차 제작증 발급번호와 다르다. / 사진 = 시사저널e

한 씨는 힘들게 환불을 결심하고 한국GM 직영정비소 입고를 요청했다. 그즈음 핸들과 오른쪽 서스펜션에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판매 영업직원은 “소리가 심하네요”라고 말한 뒤 “조금만 더 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부터 운행을 멈췄다. 하자가 분명해 보였고 신차로 둔갑한 차량을 환불받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명백한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라며 “범퍼를 재도장하거나 교환했다면 수리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한국GM은 그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불은 쉽지 않았다. 한 씨는 “환불하려면 한국GM 직영 정비소 소견이 필요한데 정비소에 차량을 입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차량을 인수한 지 일주일 만에 강원도 원주시의 한국GM 직영 정비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8월 말에나 입고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씨는 차량의 어디가 문제인지라도 알고 싶어 제천 시내에 있는 한국GM 바로서비스 2곳을 돌았다. 차량 문제는 찾지 못했다. “원주 직영 정비소에 가서 욕하고 소리쳐라”는 영업직원 말을 듣고 무작정 방문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오히려 화근이 됐다. 성과 없이 주행거리만 늘어난 탓이다.

한국GM 원주 직영 정비소에 임시번호판을 떼어내 차량을 억지로 입고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GM은 주행거리 초과를 빌미로 차량 환불을 거절하고 나섰다. 한국GM 관계자는 “차량의 하자를 확인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했으나 주행거리가 많아 차량을 반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리는 다 됐고 본사에서 30만원 줄 테니 인제 그만하고 가져가서 타라”고 덧붙였다.

 

신차로 판매된 인수 거부 차량을 정비사업소에 입고 시킨 뒤 임시번호판을 떼어내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원주 직영 정비소에 차량을 두고 임시번호판을 떼어낼 당시 주행거리는 974㎞를 기록했다. 그마저도 주행거리는 상관없으니 그냥 직영 정비소로 직접 가져오라는 한국GM 관계자의 말을 들은 탓에 주행거리가 더 늘어났다.

문제의 차량은 여전히 원주 직영 정비소에 방치돼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판매 대리점에서 책임질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본사 직원과 친하니 걱정하지 말라던 해당 대리점 영업직원은 “모든 것은 회사에서 한 일이고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7월 6일 한 씨가 차량을 두고 왔으니 65일이 지났다.

한 씨는 “고객센터에 9번 전화했지만, 이관부서에 연결해주겠다는 말만 돌아왔다”며 “이관부서는 결국 판매 영업직원이었는데 늦어도 7일엔 확답을 주겠다던 영업직원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영업직원은 상당히 제한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며 “회사가 일체 정보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회사의 판매 직영 대리점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대리점 수입과 지출을 담당하는 직원을 통해 관련 사항을 모두가 공유한다”며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관계자는 “관련 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