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노선따라 울고 웃는 부동산
A노선 동탄·삼성 투자열기 높아…사업계획 오락가락 송도·파주는 냉랭
“부동산에 투자할 땐 ‘길’이 중요합니다. 일반 토지, 주택은 물론 빌딩도 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거든요. 길 따라 돈도 따라가거든요.”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길’이다. 대형 철도인 GTX에 부동산 업계는 물론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는 까닭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는 총 연장이134km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GTX는 ▲A노선(파주~동탄, 37.4km) ▲B노선(송도~청량리, 48.7km) ▲C노선(의정부~금정, 47.9km)의 3개 노선으로 이뤄졌다. 수도권 교통난 해결을 위해 지난 2009년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민자사업 형태로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경기도가 제안한 GTX 사업비는 총 13조원이다.
GTX사업은 정치권의 관심으로 추진속도가 빨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시절 GTX 사업추진을 내세웠다. 국토교통부는 GTX 사업을 지난 6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고시했다. 정부정책으로 GTX는 국가철도망의 중요 부분으로 인정받게 됐다. 특히 A노선 사업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오는 2018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GTX A노선을 따라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들썩 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A노선의 대표적 수혜지역을 ▲동탄2신도시 ▲삼성 ▲일산으로 분석한다. 동탄2신도시와 일산은 A노선의 기점과 종점이다. 철도의 기점과 종점은 유동인구가 많다. 해당 역이 위치한 곳으로 탑승객이 이동해야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철도 탑승객이 상권이용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은 중간역으로 2호선 환승을 통한 유동인구 확보가 가능하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과장은 “GTX 등 철도노선은 당장 부동산 시장에 가격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다만 (상권이용객 등)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삼성역 부근 직장인 수요를 자극할 궁리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역에서 선릉역 부근 원룸형 오피스텔 15평형(50㎡)이 2억~2억200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 이는 3년 전과 비슷한 거래가격이다. 최근 수익률 저하와 공실률 증대로 인한 여파가 덜하다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전한다. 삼성역 인근 오피스텔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와 관련해 삼성역 인근에 대규모 오피스텔 공급이 예정됐다. 향후 GTX를 통한 직장인 수요층을 겨냥한 것이다. 강남구 테헤란로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이 부근 초소형 오피스텔보다도 더 전용면적이 작은 오피스텔 분양이 성공했다. GTX로 인한 기대심리”라며 ”오피스텔과 함께 중대형 빌딩에 대한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도 GTX 등 교통호재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동탄2신도시 공급단지들은 대거 미분양 사태를 겪었다. 일부 시행사는 재고 할인분양에 나서기까지 했다. 업계 일각에선 ‘과잉공급된 분양단지들이 재조정 구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일부 신규공급 단지가 50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과장은 “동탄2신도시 분양성적이 다시금 살아난 데는 GTX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며 “일부 조정기를 거치더라도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역 인근 지역도 GTX 호재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판교 테크노벨리’를 본딴 ‘고양 테크노벨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테크노벨리를 통한 직장인 유입이 GTX 개통으로 더욱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호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일인 6월 이후 매매문의가 증가했다. 거래자체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며 “일부 저평가됐던 단지들도 가격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GTX 계획에 반영됐지만 부동산 시장이 맥을 못추는 지역도 존재한다. 경기도 파주시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송도가 대표적이다. 두 지역은 각각 GTX B노선, 파주연장선 상에 위치한다. 다만 B노선, C노선과 A노선의 파주연장선은 KDI의 예비타당성분석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초 A, B, C노선 모두를 포함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KDI로부터 ‘사업성 없음’이란 결론이 나왔다. 현재 착공 예정일이 잡힌 GTX 노선은 A노선이 유일하다. A노선중 파주연장선과 B, C노선은 예비타당성을 통과해야만 사업이 진행된다. 공공정책 전문가에 따르면 C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사업성은 저조한 상황이다.
경기도가 처음 GTX 사업을 국토부에 제안했을 때 A노선과 연결되는 파주연장선은 없었다. 다만 파주시민들과 파주 지역구 의원, 경기도지사의 요구로 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파주연장선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예타철자를 간소화하려 한다. 다만 KDI에 용역을 맡기는 기획재정부는 파주연장선 사업도 예타를 정상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주연장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도 GTX노선 도입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하락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과 2016년 1분기를 비교했을 때 일부 단지의 국민평형인 84㎡의 거래가는 1000~3000만원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용면적 100㎡를 넘어가는 대형평형 매매가는 5000~7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송도 지역도 GTX B노선의 불확실한 전망으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2011년 KDI에서 예타를 받을 때 B노선은 사업성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지만 사업이 반려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강남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GTX B노선 사업 표류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5년간 연수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한 신모(54)씨는 “최근엔 송도가 예전만 못하다. 소규모 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다. 소형‧중대형 빌딩 등 대규모 매물이 손쉽게 팔렸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라며 “결국 강남 접근성이 중요하다. GTX B노선 개발계획이 지지부진하면서 수요층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역민심과 달리 이번 GTX 사업성을 엄밀히 검토해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발사업 공약에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책사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GTX는 지역구 민심을 얻기 위한 공직자들의 ‘포크배럴(지역구를 위한 선심성 사업)’의 한 형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한 정책”이라며 “해당 사업실패 시 비용은 지역구민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이 떠앉는다. 그만큼 면밀한 사업성 검토와 계획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