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실용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비용절감 치우쳐 인재 투자 줄이나" 경계심 커져…로열티 약화로 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도

2016-08-16     엄민우 기자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실용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칫 실용이 비용절감으로 흘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란 걱정이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 / 사진=뉴스1

 

 

‘야구는 시즌 내내 10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결국 삼성이 우승하는 스포츠.’ 불과 작년만 해도 프로야구계엔 이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을 보면 과연 삼성이 작년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1위는커녕 꼴찌 기록 이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구팬들은 라이온즈의 이같은 추락을 상당부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의 실용주의 때문이란 것이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야구계에선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삼성라이온즈의 최대 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이후 삼성은 FA때 주력타자인 박석민 선수를 잡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돈을 쓰지 않았다. 승리 수당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삼성 팬들은 아예 야구를 끊었다.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실용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칫 실용이 비용절감으로 흘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을 것이란 걱정이다. 야구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칫 기업에서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처음 삼성 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을 기대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불필요한 겉치레가 사라지고 탈권위적 문화가 장착될 것이란 기대였다. 오너의 해외 출장을 예를 들어 보자.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 주재원들인 식당을 5개씩 예약했는데 회장님이 어디를 택하실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직원들이 미리 음식을 맛보러 다니기도 했는데 바쁠 땐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업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다르다. 비서실을 대폭 축소했고 홀로 가방을 들고 최소 수행원과 다닌다. 전용기나 전용헬기를 모두 팔기도 했다. 초창기 직원들은 이 같은 그의 행보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바뀌어 갔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 이후 신입사원 때 한 달 정도 합숙하며 하던 그룹 연수가 비효율적이란 이유로 없어진 걸로 안다”며 “최근 해외에서 똘똘한 주니어급들을 박사연수 시켜주던 프로그램도 없어졌다는 것에서 실용이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그냥 인재 투자 줄이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오던 인재 중시 경영 방침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과장급 인사 역시 “인원이 정리되는 것들을 보면서 젊은 직원들은 새로운 길을 생각하게 됐다”며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란 생각인데 회사도 미국처럼 그런 생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 직원들의 말은 이재용 식 실용의 어두운 부분을 상징적으로 설명해 준다. 실용이 자칫 직원에 대한 투자 소홀로 흐를 경우 인재 이탈이 일어나고 이것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라이온즈의 경쟁력 약화와 비슷한 흐름이란 점에서 삼성그룹이 챙겨야할 부분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 직원들은 자신들이 세계 1등이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었고 이것이 삼성의 경쟁력이 돼줬다”며 “효율이란 이름으로 인재를 대하면 인재들의 로열티가 약화돼 조직을 떠나게 되고 이것은 조직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임원인사를 통해 500여명을 퇴직시켰고 과장급 및 대리급들의 이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재에 대한 실용은 말은 실용이지만 결국 비용줄이기로 흐른다”며 “이 같은 실용은 오히려 삼성이 최근 추구하려는 자유롭고 창의로운 생각을 하는데 방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