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식 M&A, 기술 아닌 B2B 시장 산다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로 완성차 고객 확보 효과…과거 블랙베리 인수 시도도 같은 맥락

2016-08-11     엄민우 기자
이재용 체제 이후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며 B2B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뉴스1

 

이재용 체제 이후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왜 기술개발보다 인수에 적극적인지 알 수 없다지만 삼성전자의 진짜 M&A 목적은 따로 있다. 단순히 기술이 아닌 B2B(기업 간 거래)시장을 사들이겠단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동차 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약 30억 달러(3조3400억 원)다.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자동차 주요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72억6000만 유로(약 8조9500억 원)이다. 매출규모로 보면 세계 30위권 회사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합병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방점이 찍힌 것이란 게 자동차 및 전자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단순 기술이 아닌 시장 확보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확보됐음에도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은 피인수 회사가 갖고 있는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전장 분야는 기존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오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기업이 뛰어들어 기술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더 어려운 진입장벽이 바로 시장 확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용 부품 및 반도체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오랜 시간을 통해 신뢰가 형성된 곳과 거래를 계속하고 새로운 부품을 쓰는 것에 인색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에 성공한다면 유럽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을 한꺼번에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해엔 삼성전자가 블랙베리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시장이 술렁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 경쟁력으로만 보면 인수할 이유가 없음에도 블랙베리를 인수하려 한 것은 블랙베리가 갖고 있는 B2B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편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단 번에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 자동차 시장구조가 워낙 단단해서 진입 자체가 힘든데 인수는 그런 점에서 매우 효과적 전략”이라며 “삼성이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면 국내 기업이란 장점을 이용해 정부지원을 받고 현대차와 협력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