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대로 다시 U턴?…전세거래 비중 4개월째 상승
서울 및 인근 신도시 입주물량 증가속 전세 늘고 월세 줄어
전세품귀 현상을 빚던 서울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때는 전세시대 종말론까지 나올 정도로 반전세‧반월세 거래량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전세물량이 다시 늘면서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9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곤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3월에는61.9%로 사상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상승추세로 반전돼 4월 63.9%, 5월 64.5%, 6월 65.5%에 이어 7월에는 67.5%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달리 말하면, 지난 봄 이사철 40%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치솟던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며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특히 강동구는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전세비중이 61%까지 떨어졌으나 3월부터 상승추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76.1%까지 높아졌다. 송파구도 지난해 11월 58.8%로 저점을 찍은 후 올해 3월 60%대를 회복했고 지난달에는 65.6%까지 치솟았다. 양천구는 지난 2월 63.9%에서 지난달 75.5%로 전세 비중이 상승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추세로 굳어지는 듯 했다.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예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 영향이다.
최근 시장이 이같은 트렌드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역행하게 된 것은 입주물량 증가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내 뿐만 아니라 인근 위례신도시와 하남미사강변도시, 김포한강신도시 등 경기권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강동구와 송파구, 서초구, 강서구 등 서울 전역 전반에 전세물량이 늘었고 그 영향으로 치솟던 보증금 상승세도 둔화됐다.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가격 상승폭이 줄어든데다 전세물건이 쌓이다보니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전세계약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37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12.15% 증가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도 많은 2만6178가구가 집들이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입주 물량이 많은 것은 전세 공급량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시세 하락으로 이어진다.
서울시 인구가 줄고 있는 것도 월세시대 가속화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지난 5월 말 999만5784명으로 28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내려섰다. 서울 인구는 지난 2009년 2월 2300여명 순유입을 기록한 이후 7년 넘는 기간 한 달도 빠짐없이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세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계약형태도 월세보다는 전세가 증가한 형태”라며 “당분간은 대규모 택지지구 입주물량이 풀리면서 서울 밖으로의 이동이 늘고, 그 영향으로 전세계약이 이전보다는 좀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