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이란산 원유 수입량 2배 이상 ‘껑충’

전체 수입 원유 중 9.1%가 이란산…경제제재 이전 수준 회복

2016-07-28     황의범 기자

 

28일 한국석유공사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가 상반기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4억8203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인 2억1368만배럴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 사진=현대오일뱅크

 

상반기 국내 정유업계가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콘덴세이트 포함)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로써 전체 수입원유 중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1%가 됐다. 이는 경제제재 이전 수준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28일 한국석유공사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가 상반기 수입한 이란산 원유는 4억8203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인 2억1368만배럴과 견줘 125% 오른 수치다.

월별 도입량을 보면 1월 6466만배럴, 2월 8184만배럴, 3월 8198만배럴, 4월 7115만배럴, 5월 9822만배럴, 6월 8418만배럴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 원유 중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에 불과했던 이란산 원유 비중은 상반기 9.1%까지 올랐다. 이는 이란 경제제재 전인 2011년 기록한 9.4%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로써 이란은 국내에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 중 수출량 기준 4번째에 올랐다. 1년 만에 7위던 이란의 순위는 3계단 상승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업계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량은 줄었다. 수출량 상위 7개 나라 점유율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상반기 32.2%에서 28.8%로, 카타르는 13.4%에서 7%로, 쿠웨이트는 12.9%에서 14.4%로, 아랍에미레이트(UAE)는 9.1%에서 7.6%로, 러시아는 4.4%에서 2.7로 줄었다. 이라크만 11.7%에서 14%로 이란과 함께 점유율을 높였다.

업체별로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 수입에 적극적이다. 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대주주인 미국 셰브론(Chevron),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Saudi Aramco)와 관계로 인해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이란에서 원유 3억4899만배럴을 도입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억3495만배럴에서 158.6% 급증한 수치다. 현대오일뱅크 원유 도입량은 같은 기간 7873만배럴에서 1억193만배럴로 29.4%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란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또 SK이노베이션이 다양한 원유를 배합 방식에 따라 가장 수익성 좋은 제품을 정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상반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급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란산 원유 비중이 2011년 경제제재 이전 수준이 달했다”며 “지금 정도 비율이 최대치로 보인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면 회사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에 가격이 저렴해도 이란산을 더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유가 흐름이 지속하던 시기에 정유사들이 자신들 제품에 최적화한 원유 도입선을 구축했다. 가격만 싸다고 기존 구조를 금세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