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글로벌 경영 현장을 가다]④ 중국 우리은행 아직 못나는 위비,연내 출시 앞둬
위비뱅크 모바일 플랫폼 없어…한국 기업 근로자 고객 다수 현지화 어려워
중국 베이징 코리아타운 왕징에 위치한 포스코 센터. 외벽이 온통 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웅장한 회색빛 건물 숲들과 대조를 이뤘다. 26일 오후 1시 방문한 포스코 센터 내부는 자연채광만으로도 환했다. 건물 입구 서쪽 1층에는 중국 우리은행 영업부가 있다. 영업 창구에는 직원 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고객들 발걸음이 뜸했다.
은행 창구는 모두 유리로 막혀 있었다. “돈을 직접 만지는 객장은 방탄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중국 은행들은 창구를 유리로 막아놓는다고 전했다. 지폐를 다루지 않는 기업 여신·해외송금 관련 창구에는 유리막이 없었다.
우리은행 영업부 벽에는 커다란 위비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23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조했듯 위비 플랫폼을 전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아직 중국에서 위비뱅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강주석 우리은행 중국법인 수석부장은 “중국에서 상품을 출시하거나 새 사업을 벌이는데 요구하는 전산, 인력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위비뱅크 같은 모바일 뱅킹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했다.
채팅 기능하는 위비톡은 이용 가능하다. 사용하는 고객 수는 미미하다. 중국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내 위비톡 가입자는 1만5000명가량이지만 사용자 수는 많지 않다"며 "우리은행 직원들도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강 부장은 "위비톡으로 모바일 고객을 확보한 후 위비뱅크를 연내 출시해 고객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위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우리은행 직원 수는 총 546명으로 본국직원 52명, 현지 직원 494명으로 구성돼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 분행 9곳, 지행 10곳, 영업부 1곳아 있다. 강주석 수석부장은 “현지화를 위해 고객 섭외 등 업무를 처리하는 영업점은 한국 직원이 1~4명 파견돼 있으며 현지인 점포장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우리은행은 고객 20만명 중 90%가 중국인이다. 대부분은 한국 기업의 근로자로 급여 이체 고객이다. 우리은행은 중국인 90%가 직불카드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직불카드를 만들어 타행이체·출금 수수료를 면제했다. 포인트 적립, 가맹점 확장 영업도 펼쳤다. 강 부장은 “신용카드는 결제일에 돈을 넣지만 체크카드 연계 계좌에는 늘 돈이 들어 있다. 이를 이용해 사업하면 마진이 충분히 남는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모기지론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 4월에는 원화청산은행으로 선정됐다. 이는 원화 국제화를 가속시키고 한중간 경제교류 가교역할을 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포함한 한국 시중은행, 지방은행까지 중국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처음 중국에서 출범할 때만 해도 한국 교민, 한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했는데 현재 교민에 대한 파이가 커져 현지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금융권을 통틀어 해외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는다"며 "영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7년 법인 설립 당시 박병원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기념사에서 "2010년까지 중국 내 53개 점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중국 우리은행 점포는 총 20개다.
강 부장은 "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더라면 기업 대출을 통해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법인을 설립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지에 제대로 안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점포수를 증대하고 현지인에게 맞는 상품 개발을 통해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