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략 사운 건 무학, 깔딱고개 넘을까

상반기 영업이익 큰 폭 감소…"마케팅비 증가로 인한 당연한 과정" 시각도

2016-07-21     고재석 기자
수도권 공략에 사운을 건 무학에 분수령이 찾아왔다. 사진은 참이슬과 처음처럼, 좋은데이가 나란히 배치된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소주코너 모습. / 사진=뉴스1

 

수도권 공략에 사운을 건 무학에 분수령이 찾아왔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다만 수도권 진출을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좋은데이’를 대체할 신제품의 성적이 앞으로의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학의 시장 점유율은 15~16% 내외로 추정된다. 주류업계 3위 수준이다. 2010년 10% 수준이던 무학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2013년 15%를 넘어섰다. 당시 2위 롯데BG와의 점유율 차이는 2%포인트 내외였다. 점유율 집계 바탕이 된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실적이 2013년 이후 비공개이기 때문에 현재 점유율은 추정치로만 가늠할 수 있다.

무학의 안방은 부산이다. 올해 5월 발표된 무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좋은데이는 현재 부산 시장에서 약 75%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무학의 눈길은 호심탐탐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성장세도 좋다. 지난해 무학의 수도권 시장 성장세를 이끈 동력은 과일소주다. 특히 과일과즙을 첨가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당시 이 시리즈는 출시 두 달만에 2500만병 이상이 팔렸다. 이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무학의 소주 내수 판매량은 직전 같은 분기보다 23.4% 늘었다. 2분기 증가율도 14%를 웃돌았다. 이 덕에 수도권 내에서 무학의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아직까지 신통치 않다. 무학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0.1%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되레 21.9%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영업이익도 18.7% 줄어든 128억원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영업이익 부진의 원인은 판관비 증가 때문이다. 무학은 지난해부터 광고와 판매촉진비 등을 크게 늘리고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90억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판관비율은 29.2%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홍 애널리스트는 또 판관비율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분기 60~70억원 내외로 통제하면 이익증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수도권 공략을 위해 인력 채용을 늘리고, 판촉을 본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마케팅비가 크게 늘어났다”고 비용증대 원인을 설명했다. 무학의 수도권 진출을 이끈 과일소주 판매 부진도 시장 우려를 자아내는 요소다. 

 

다만 현재 상황이 후발주자가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BG가 자리 잡고 있는 수도권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또 수도권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국 과일소주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일 소주 판매 증가 덕에 수도권 내 유통망을 단기간에 크게 늘린 점은 향후 점유율 상승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무학은 지난해 경기 고양시 일산과 용인시 등에 물류센터를 새로 열었다. 또 영업직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규모의 신규채용도 단행했다. 수도권 진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움직임이다.

관건은 신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학은 과일주 판매 감소 국면이던 지난 3월 저도 탄산주 ‘트로피컬 톡소다’를 내놨다. 알코올 도수는 5%다. 하이트진로과 롯데주류도 이슬톡톡과 설중매 매실소다를 내며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은 2위 업체 롯데주류가 그룹 비자금 수사국면에 휘말린 점도 무학의 판뒤집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의 주류사업 진출을 가능케 한 이명박 정부 당시의 주류 제조업 면허기준 규제완화가 주된 수사쟁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