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케아·옥시, 한국 소비자에게만 '배짱'
비윤리적 기업 제재할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절실
다국적 기업들의 배짱 영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폭스바겐과 이케아, 옥시 등 굴지의 기업들이 한국에서만 소비자의 피해에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이 안전 문제가 드러났지만 본사측은 부실한 리콜 계획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케아 말름 서랍장은 미국에서만 41건의 안전사고를 내 대규모 리콜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기준 강화를 이유로 대규모 리콜 이후 판매를 중지했다.
그보다 앞서 폭스바겐은 디젤엔진 차량의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문제가 됐다. 실제 배출되는 가스량은 유로5 기준치의 40배에 달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차량 소유주를 대상으로 1인당 최고 1만달러(약1160만원)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출 가스처리장치를 조작한 1100만대의 차량은 모두 리콜 조치됐다.
해외에서는 높은 배상액을 지불하고 대규모 리콜과 판매 정지 조치를 내린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는 현지 상황을 들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기업은 미국 등 국가가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케아는 판매중지의 이유를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 기준강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바겐 역시 자동차의 질소산화물 배출 한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정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엄격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에서처럼 배상할 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00년부터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이 포함된 가습기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 판매해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181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영국 본사 측은 한국 기업과의 관계를 일절 부인해 왔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도 소극적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되고 혐의가 입증된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비공개적으로 ‘배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행태에 소비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징벌적 손해 배상제가 그중 하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중 설문에 응한 127명 가운데 85%인 108명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해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주는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최대 순자산의 10%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액 기준에 대해 기업의 순자산에 10%까지 배상하도록 대폭 상향했다.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도 완화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케아, 폭스바겐, 옥시 등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에 대해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게 된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제정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배상액을 손해의 3배가 넘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입증 책임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공동 소송을 맡고 있는 황정화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기업이 고의적, 악의적, 반사회적 의도로 불법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결국은 밑지는 장사라는 분명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기업은 나쁜 제품을 판매해서 얻는 이익이 차후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불특정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보다 크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