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핀테크, 중국에 시장 뺏기나

은행법·대부업법 높은 장벽으로 작용…공공 시스템 이용자들 "불편하다" 불만

2016-07-20     민보름 기자
20일 김종석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주최한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모습 / 사진=민보름 기자

  

남대문 시장에 암 달러 거래 할머니가 안 계시고 텐센트와 알리페이 간판이 걸려 있다.” 한 핀테크(Fintech)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의도연구원 회의실에선 현행 금융 제도와 법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20일 김종석 의원실(새누리당, 비례대표)과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엔 핀테크 관련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핀테크 산업 육성을 지시한 지 2년여가 흘렀다. 그러나 현장에선 여전히 규제 완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해외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핀테크 서비스 자체가 세계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법규제로 사업 힘들어, 공공 시스템은 불편만 가중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은 영국은 패스트페이먼드(Fast​ Payment) 시스템을 만들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같은 기술을 2000년대 초반부터 갖고 있었음에도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경제가 무너진다면 그 원인은 진입장벽과 접근성 부족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핀테크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산업이다. 그런데 IT와 달리 금융은 공공서비스로서 진입장벽이 높고 규제가 강한 분야이다. 때문에 IT업체가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장벽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핀테크 관계자들은 행사에서 다양한 규제 장벽들을 문제로 지목했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들은 산업자본 지분소유 한도를 10%로 제한한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산분리 원칙 탓에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법인을 소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 외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핀테크 서비스를 막는 장벽으로 지적됐다. 옐로 금융그룹은 피투피(P2P, 개인 간) 대출은 대부업과 다른 서비스인데 대부업으로 등록하다보니 자산 확대도 제한받고 고객들에게 이미지 상으로 불이익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이나 정부가 개발한 시스템도 비판 대상이 됐다. 금융결제원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위해 만든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된 시스템)는 그중 하나다. API 시스템에서 개발 절차를 끝낸 서비스는 각 은행과 별도 계약 없이 시중 은행 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

 

배 회장은 오픈 API를 이용하려면 사용자가 서비스앱과 금융결제원 앱에서 각각 인증을 받아야해 불편해진 것이라면서 오히려 스타트업 서비스를 사용할 때 지급결제 인증 유지 기간이 이전에 정해진 것보다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성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려면 뱅크페이(Bankpay) 앱을 다운 받아야 한다미국 사용자 중 누가 앱 스토어에서 뱅크페이 앱을 다운 받아 쓰겠나라고 강조했다.

 

◇ 한국 떠나는 핀테크, 제도 바뀌어야


박소영 페이게이트(Paygate) 대표는 핀테크 포럼 회원사들을 봐도 2014년 당시에는 들뜬 기분이었는데 2015년부터 국내에서 사업자 등록을 안 하는 분위기라며 “6월 국제 핀테크 포럼 때도 한국 VC(벤처 캐피털)들이 외국에 있는 업체들을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외국에서 사업하기가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핀테크 관련 규제가 거의 없는 상태다. 영국은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격인 OFT(공정거래청)가 규제 개혁을 주도했다. 이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성근 회장은 여신금융업법이나 대부업법을 보면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가 이해 된다면서도 그러나 이 법들이 포지티브(Positive, 허용 가능한 것들만 나열하는 방식)로만 돼 있다 보니 현재 전자적인 측면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이 카르텔을 형성해 IT업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배 회장은 금융결제원 회원사가 은행들이라 할지라도 기관 자체는 공공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은행들 뿐 아니라 핀테크 업계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석 의원은 제도에 몇몇 리모델링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핀테크 규제는 제도 자체의 개념을 바꾸는 재개발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은 핀테크 업계가 현행 제도에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