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 상품 다양화 주력…베트남·부동산 펀드에 열중
국내 주식형서 경쟁력 떨어지자 해외, 대안 펀드로 눈 돌려
펀드 운용사들이 새로운 투자처 찾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식으로 구성한 펀드 수익률이 저조해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동남아 신흥국 펀드, 부동산 펀드 등 다양한 펀드 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저조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빠져나가는 투자금
세계적인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팽창으로 투자 시장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중 자금은 투자처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9937억원으로 전월보다 15조1398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부동 자금은 만기가 짧거나 인출이 가능해 언제라도 다른 금융 상품이나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 많은 자금이 세계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투자를 보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가고 있는데도 주류 펀드라 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스피는 연초 이후 2.42% 올랐지만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13%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혀 이렇다 할 수익률을 내지 못한 것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362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날 259억원이 새로 들어왔지만 1621억원이 펀드 환매로 빠져나갔다. 12일 순유입 315억원을 제외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최근 11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주식형 펀드에서만 2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특히 고수익을 노리는 액티브형 주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채권형 펀드,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늘어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라며 “대외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자금 유출의 원인”이라 밝혔다.
◇ 수익률 찾아 삼만리···신흥국·부동산 펀드로 다양화
이러한 상황에서 각 운용사들은 아시아 신흥국 펀드와 부동산 펀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 중 아시아 신흥국으로 분류하는 베트남이 운용사들의 인기 투자처가 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3월 베트남그로스펀드를 출시하며 지난 1일 기준 8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펀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도 8%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외에도 메리츠자산운용은 올해 9월 베트남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베트남 펀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금이 베트남에 쏠리고 있는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완화, 베트남의 낙관적인 장기 성장 전망, 베트남 새 정부에 대한 정책 기대 등에 있다”며 “다만 많이 오른 베트남 지수가 단기적으로 조정 국면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와 단기로 나눠 투자 기간에 맞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운용사들은 공모형 부동산 펀드도 적극 출시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최소 연 5.5% 수준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공모 부동산펀드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를 운용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펀드는 서울 중구 회현동 소재 티마크그랜드호텔(특2급 호텔)을 매입해 하나투어 자회사인 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한 뒤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을 배당금으로 주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다.
이 외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은 9~10월쯤 오피스텔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공모 부동산펀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도 올해 말을 목표로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펀드는 사모형이 대다수로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만 투자가 가능했다”며 “정부가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 가능한 공모 재간접 펀드를 도입할 것으로 보여 은퇴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