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행 새 인증 시스템 정맥·홍채가 편리하긴 한데
주변 고객 화상통화 “다 들려”…생체 정보 유출 우려 무시 못해
“계좌를 하나 더 만드시려구요? 이메일 주소 직접 말씀해 주세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결국 이메일 주소를 천천히 또박또박 부르고 말았다. 주변 고객들 5명이 디지털 키오스크를 둘러싸고 고객과 직원의 화상통화를 ‘구경’했다. “화면 안에 진짜 직원이 있네,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신한은행의 새로운 무인점포인 디지털 키오스크 옆 일반 ATM기기에서 돈을 뽑던 한 여성이 화상통화 모습을 보더니 주변인들을 불러 모았다.
한 여성은 화상통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찰칵 소리도 들렸다. 고객과 화상통화를 나누던 직원은 “뒤에 계신 분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마디 던질 뿐 ‘왜’ 찍으면 안 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보안상의 문제인지 단순히 직원 본인의 모습이 찍히기 싫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디지털 키오스크 주변 어디에도 “촬영 불가”라는 경고문은 없었다.
화상통화 내내 은행 직원은 본인 인증을 위한 절차부터 신규 계좌 개설, 카드를 발급받을 때 까지 1미터 내 위치한 고객들이 모두 들을 수 있게끔 고객과 대화를 나눴다. 화면 속 직원은 고객의 이메일 주소부터 어떤 업무를 볼 것인지, 카드가 기기에서 발급되고 있는지, 정맥 인증을 시도하고 있는지 고객 입을 통해 말하도록 요구했다. 다만 정보 입력 스크린이 이를 사용하는 고객 옆에서는 보이지 않아 비밀번호 유출 우려는 없었다.
직원은 통화 중 단 한 번 옆에 있는 수화기를 통해 대화를 나눠도 좋다고 언급했다. ‘보안’을 이유로 고객에게 요구하지는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 등 중요한 신용정보 입력은 상담사에게 말하는 방식이 아닌 입력하는 것"이라며 "옆에 서있는 고객에게는 정보 입력 스크린이 보이지 않아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보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디지털 키오스크 관련 정보가 쌓이면서 나타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무를 보는 과정은 매끄러웠다. 화상통화로 예상했던 버퍼링이나 끊김 현상, 대화를 주고받는 속도 차이, 화면상의 문제는 없었다. 새 계좌를 개설하고 신규 카드를 발급받기까지 과정도 순조로웠다. 상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오른쪽 손바닥을 정맥 스캔기 위에서 약 4cm 떨어뜨린 채 3~4초를 기다리자 등록이 끝났다. 오른쪽 손바닥이 카드와 통장, 공인인증서 역할을 대신한다.
인증을 마친 후 곧바로 입출금에 필요한 카드나 통장 없이 손바닥 정맥 인증만으로 본인 계좌에서 돈을 찾을 수 있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입출금계좌 신규, 인터넷뱅킹 신규, 100만원 초과 무통장 송금, 통장 이월기능,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OTP·보안카드 발급, 부채증명원과 같은 증명서발급뿐만 아니라 예·적금 및 펀드 신규가입 등 창구 거래의 90%에 해당하는 100여가지 업무거래가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좌 해지는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우리은행 홍채인증 방식…복제 가능성 없지 않아
우리은행의 홍채인증 등록절차는 신한은행보다 간편했다. 은행 창구에서 홍채인식 서비스 이용 확인서를 작성하면 됐다. 창구 직원 안내에 따라 홍채 인식기기를 통해 홍채정보를 등록했다. 5분이 소요됐다.
창구에서 등록을 마친 후 ATM기기에서 메뉴 중 홍채인식을 선택한 후 상단 렌즈에 눈을 맞췄다. '찰칵' 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는 빨간 표시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안경을 착용해도 인식이 가능했다.
홍채인증 자동화기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입금, 출금, 송금 및 조회업무였다. 우리은행은 본점영업부, 명동금융센터, 강남교보타워금융센터, 연세금융센터, 상암동지점을 포함한 5곳에서 홍채인증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정된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이용 고객은 미미한 편이다. 홍채인증이라는 이질적인 인증 방식 사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 보안문제, 건강 상 문제 여부 등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필요해 보였다. 렌즈 복사, 삽입을 통한 복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동준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차장은 "홍채 인증은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 홍채 패턴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보안성이 매우 뛰어나다"며 "홍채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안전한 바이오 인증 수단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상 문제와 관련해서 한 안과 전문의는 "홍채 인증이 안구 내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미한 양의 적외선을 이용하는 기술인데다 기기 사용이 잦지 않아 인체 위험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권 내에서 기술적으로 보안상 문제를 발견하거나 언급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는 누구도 예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도 생체인증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NH농협은행도 지문인증 기술을 현금입·출금기(ATM)와 모바일뱅킹 플랫폼에 도입시켰다. KB국민도 올해 중 중 생체인증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