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아직 갈 길 멀다

용어 정리, 기술 투자 등 과제 산더미

2016-07-12     원태영 기자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금호대우아파트에서 안규선 한전 에너지신사업단 SG사업실장(왼쪽)과 채영수 금호대우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SG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 사진=한전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를 확산시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관련해 개선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구축사업이다. 지난 11일 한국전력은 서울 성동구 금호대우아파트에서 지자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착공 기념식을 개최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약 301억원을 투입해 전국 8개 지자체 11만호에 스마트그리드 기반기기인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AMI가 구축된 곳은 실시간 전기요금 정보와 에너지절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성과를 활용해 2018년까지 전국단위로 스마트그리드를 확산하는 사업”이라며 “소비자의 전기요금 절감과 에너지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해결해야할 과제를 많이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스마트그리드 사업 현황과 개선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입법조사처는 ▲법률상 개념 모호 ▲열효율·손실률을 개선할 수 있는 단위 사업 부재 ▲핵심 기술 투자 부족 ▲다른 기본 계획간의 상충 문제 등을 언급했다.

먼저 ‘지능형전력망법’에서는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관련해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효율이 극대화된 상태가 무엇인가를 현실에서 정의하기가 어렵다. 이 모호함 탓에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법률이 정한 목적을 달성했는 지 평가할 기준을 마련하기 힘들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성하는 하위 사업들이 자의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유재국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세부 사업들이 전력시스템에서 이용효율 극대화에 도움이 됐는지를 평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관련 없는 사업도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될 수 있어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열효율을 개선하거나 송배전손실을 줄일 수 있는 세부사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열효율 및 송배전 손실율은 앞서 말한 이용효율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열효율을 개선하고 송배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전기가 최적의 출력을 내도록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송배전손실 비용을 반영해 발전기 출력을 지정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9개 단위사업에는 열효율을 개선하거나 송배전손실을 줄이는 사업이 없다.

아울러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다른 기본계획 간에 상충되는 문제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전력 시스템의 송배전 기술 및 수요관리 기술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지능형전력망법 기본계획의 이행 여부에 따라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이 변경돼야 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전력·신재생에너지·천연가스 및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률 용어 재정의, 열효율 및 손실률 개선을 위한 투자 활성화, 에너지산업 기본계획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