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영 한국GM판매노조 위원장 “대리점 전부 직영해라”
“영업사원 기본급 보장해야…교섭 거부시 소송”
한국GM 판매노동조합(판매노조)은 회사 상대로 판매 대리점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직원은 영업 성과에 따라 성과급만 받다 보니 이직이 잦다고 판매 노조는 주장한다. 판매노조는 사측과 협상 결과에 따라 단체행동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가 2010년 부도를 맞자 한국GM은 5개 딜러사를 선정해 전국 권역별 판매권을 부여했다. 지난해까지 아주모터스와 SK그룹 스피드모터스, 삼화모터스, 대한모터스, SS모터스 등 5개 지역 총판이 도매상을 맡았다.
한국GM은 올해 딜러 5개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한국GM-딜러사-대리점으로 이어지던 3단계 판매 절차를 2단계로 줄였다. 딜러 마진을 판매를 늘리기 위한 할인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김환영 한국GM판매노조 위원장은 이 조처가 영업사원들을 한지(寒地)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영업사원들은 기본급, 4대보험 등 기본 보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사원 1000여 명이 해마다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동화빌딩 내 노조 사무실에서 김환영 위원장을 만났다.
대리점과 직영점 영업사원은 무슨 차이가 있나.
영업사원 임금은 고정급과 변동급으로 구성된다. 직영점 임금은 고정급 7 대 변동급 3 비율이다. 반면 대리점 영업사원은 오로지 판매 대수에 따른 변동급만 받는다. 한 대도 못 팔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수입원이 불안하다 보니 영업사원이 해마다 1000명씩 그만둔다.
한국GM은 판매량를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하는데.
직영점과 대리점 간 판매량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현대·기아차처럼 고정급을 보장하는 직영점 체제가 더 나은 실적을 낼 수 있다.
직영점 체제가 낫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예를 들겠다.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고객은 영업사원부터 찾는다. 영업사원은 서둘러 고객 요구에 대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고객은 환불을 요구하기 일쑤다. 영업사원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마무리하려 한다.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제품 개선 사항이나 고객 불만 내용이 제조사에 보고되지 않는다. 직영점 체제라면 영업사원은 리콜을 요청한다. 이에 제조사는 제품 하자나 고객 불만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영업사원이 고객 요구를 제조사에게 전달하고 제조사는 고객 요구에 맞는 자동차를 개발·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면 직영화가 영업사원 역량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회사는 주장한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직업적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데 해마다 1000명이 그만 둔다. 그만큼 보수와 처우가 열악한 탓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없으면 자동차 영업하기 힘들다. 대리점과 직영점 간 판매 실적에 차이는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대리점 체제에선 불안 심리 탓에 영업사원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눅 들기 쉽다.
고객과 점주의 횡포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데.
고객이 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터넷 동호회가 차값 할인을 요구하는 것도 정당하다. 또 요즘 점주가 갑질하는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점주가 영업사원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문제는 고객이나 점주가 아니라 제조사다. 제조사는 대리점 체제를 폐지해야 한다.
직영화한다면 임금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고정급과 변동급 비율은 7 대 3이어야 한다. 비율 이외 금액은 내부 논의 중이다.
다른 기업 측 자동차 판매노조는 어떤가.
현대·기아차 노조는 공장 노동자 중심이다 보니 직영화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대리점과 직영점 비율이 5대5다. 반면 한국GM은 100% 대리점 체제다. 구조와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노선과 행보가 다르다. 아직은 각자 역량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이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자 한다.
한국GM 판매노조가 타사 판매노조와 연대 투쟁할 수 있겠나.
자동차 영업사원들간 연대는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이라는 공통 영역 안에서 자기 권리를 보장 받고 역량을 발휘하려면 연대해야 한다. 영업사원과 자동차 산업 종사자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직영점 체제를 주장해야 한다.
한국GM은 판매노조를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소송을 제기하려 한다. 대리점은 판매 대행업체에 불과하므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회사는 주장한다. 하지만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몇 대를 팔면 얼만큼 급여를 준다는 식으로 판매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판매 조건을 제시하는가 하면 고객 상담까지 지시한다. 회사는 직영점과 마찬가지로 대리점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영업사원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영업사원은 자기 임금으로 차값을 할인해주는 일이 잦다. 이런 제살 깍아먹기식 가격 경쟁은 한계가 있다. 고객 요구를 잘 들어주는 것이 영업사원의 능력이다. 영업사원들이 소비자 요구와 반응을 제조사에 전달하는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