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경쟁에 시중은행도 가세

4~7등급 중신용자 대상 '사잇돌 대출'…연리 6~10% 최대 2000만원까지

2016-07-05     장가희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셋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왼쪽 넷째)을 비롯한 시중 은행장과 부행장들이 지난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사잇돌 중금리 대출 공급을 위한 협약 체결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저축은행들의 주요 수익 모델이었던 중신용자 대출이 P2P 대출 업계를 넘어서 시중은행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는 여러 규제로 저축은행을 옭아매고 이제는 수익 모델까지 가로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고신용자들은 3~5% 금리를 적용받고 이를 제외한 저신용자들은 법정 최고금리인 27.9%미만을 적용받았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1등급부터 6등급까지 6.9~13.5%라는 중금리로 대출 고객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시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어 금융고객들을 망설이게 했다.

이 같은 금리 단층 현상과 신용 리스크를 고려해 5일 출시된 상품이 사잇돌 대출이다. 사잇돌 대출은 양분화된 대출 시장에서 중금리로 금리 단층을 메운다는 의미다.

사잇돌 대출은 재직기간 6개월 이상 근로소득자거나 1년 이상 사업소득자, 1개월 이상 연금수령자일경우 대상이 된다. 1인당 최대 2000만원 이내, 거치기간 없이 최대 60개월 이내 원금 균등 상환 조건이다.

대출 금리는 보험료와 은행 수취분을 포함해 6~10%로 잡았다. 신한은행 써니뱅크, 우리은행 인터넷 뱅킹 등 모바일 창구에서도 당일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중금리 시장을 떠받쳐 중·저 신용자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저축은행들과의 경쟁만 심화 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상준 금융위 중소금융과 사무관은 "소비자들에게 상위 원칙이 있다. 적정한 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줄 수 있는게 목표라면 가장 잘 하는 금융회사가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급자를 확충한다는 의미에서 은행, 저축은행도 보증보험 연계상품을 내놓고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로 저축은행과 시중은행 사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광고 규제로 마케팅 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중금리 시장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어왔다”며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놓으니 시중은행이 뺏어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홍 사무관은 “저축은행들의 현재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25%정도 나온다”며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터줏대감이라고 보긴 어렵다. 예전부터 계속 해왔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신용등급 하락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보다 하락 폭이 큰데 이런 문제는 당국이 해결해주지 않으면서 시중은행에 중금리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저축은행은 어디서 수익을 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대출 증가, 부채 상승 문제없나

사잇돌 대출이 출시되면서 시중은행, 저축은행, P2P금융 등에서 중신용 상품들이 한꺼번에 출시돼 가계 부채가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 사무관은 “서민금융이랑 다르게 상환능력을 다 보고 들어간다. 상환능력이 없는 고객들에게 퍼주는 대출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금리 대출에 어려움을 느꼈던 고객들에게 이자 부담을 적게 줘 가계부채 경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