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은행 간 경쟁 유발

은행측 "잠자는 계좌 열면 고객유치 위한 은행 비용 발생할 것"

2016-07-04     이용우 기자
올해 12월부터 도입되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두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올해 12월부터 도입되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 Account Info)를 두고 은행 간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미사용 계좌의 잔액이동이 곧 고객 이동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해당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할 소지가 있다며 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월 2일부터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은행 고객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은행계좌를 인터넷을 통해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특히 고객들은 1년 이상 입·출금 등 금융거래가 없는 비활성계좌를 확인하고 이 계좌에 있는 잔액을 주거래통장으로 손쉽게 이체할 수 있다. 잔고 잔액이 모두 이체되면 비활성 계좌는 자동해지 된다. 


이에 은행권은 미사용 계좌 잔액 이동으로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 간 경쟁도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 공청회에서도 은행 간 경쟁이 언급됐지만 금융당국이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미사용 계좌 잔액 이동은 은행 입장에서 당연히 잠재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은행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서비스가 시작될 시점부터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 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ISA 시행 전에도 각 은행은 매체 광고를 통해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계좌통합서비스로 발생할 수 있는 신규 고객과 자금 유치를 위해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은행에 개설된 개인계좌는 2억2967개다. 이 중 비활동성 계좌는 1억260만개(44.7%)에 달한다. 잔액 규모로는 14조4000억원이다. 성인 1명당 36만원 수준이다. 잔액이 0원인 계좌가 1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2673만개로 전체 11.6%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실시하면 은행에도 불필요한 계좌 관리비용이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본인 모르게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에 악용되거나 금융거래상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상당수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계좌통합서비스를 올해 12월까지 시행하겠다고 서두르는 이유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비활동성 계좌가 누적됨에 따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은행이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300억~400억원의 계좌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양 부원장보는 서비스 실행 초기 일어날 수 있는 은행 간 경쟁에 대해선 "고객이 계좌조회를 요청하면 그 순간 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가 각 은행으로부터 정보를 실시간 전달받아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라며 "정보가 그 순간 제공되기 때문에 정보 유출이나 각 은행의 활용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 관계자는 "올해 ISA와 계좌이동제 등 정책적으로 추진된 금융상품으로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된 사례가 있다"며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도입되면 은행 간 경쟁이 생기고 그럼 은행에 또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SA 때처럼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은행 창구에서 활용되면 창구 직원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은행은 고객 우대 금리나 특판 상품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올해 12월부터 온라인에서 우선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3월 2일부터는 오프라인 창구에서도 고령층 등 인터넷뱅킹 사용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계좌조회와 잔액이체, 계좌해지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오프라인 창구에서 해당 서비스를 마케팅 용도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좌 보유 여부에 대해서만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타 은행의 비활동성 계좌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잔고이전과 해지기능은 해당 은행 계좌에 대해서만 서비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