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강화 추진
금감원 "투자피해 발생에 금융사 책임만 묻는 경향 있어" 주장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 자기책임 원칙' 을 강조하고 나서서 주목된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동양 특정금전신탁 등 피해 사례를 겪었음에도 손실이 나면 투자자 책임보다 금융회사 책임만 묻는 경향이 있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금감원은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의 자기책임 원칙 확립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관련제도 개선과 위법행위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소에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대해서도 균형된 시각을 갖춤으로써 올바른 투자문화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2013년말 6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말 98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5월말에는 10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민 부원장보는 "투자자가 금융상품 구조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이해없이 투자하고 원금손실을 입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의 절반 이상(55.2%)이 금융상품 선택 시 금융회사 마케팅 정보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구현하고 올바른 투자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투자상품 이해 자가진단표'를 제공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전에 그 상품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자가진단표는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 개념, 손익구조, 위험요인, 수수료 구조 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도록 구성된다. 금감원은 우선적으로 고위험상품부터 자가진단표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어 고령자, 군장병, 대학생 등 성인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할 경우 금융투자 자기책임원칙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기로 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등 금융투자자 교육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이와 관련한 금융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또 금융사별 파생결합증권 투자위험 분류체계와 운영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사가 파생상품 판매 시 투자자가 투자위험도를 적절히 인지할 수 있도록 투자위험도 분류표를 창구에 비치하고 상품 판매 시 활용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또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자 숙려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등 선진국에서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 2일 숙려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날이 끝나면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내린 후 거래가 확정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만 1일 이상의 숙려기간 부여 제도가 시행 중이다.
금감원은 또 증권시장 불공정거래 경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투자자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사례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증권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통해 분기단위로 투자관행과 투자판단에 필요한 유의사항도 안내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고령 투자자 보호에도 힘쓰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투자상품 비율은 36%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 대비 고령자 보호 수준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은 고령 투자자에 대한 보호절차 적정성을 올해 중점 검사사항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고령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 부원장보는 "투자자가 금융사에 대해 막연히 신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 투자상품 선택 역량을 높이고 자기보호 능력을 강화해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유도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까지 각 세부이행 과제별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