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단타 막는 거래소 승인…한국은 시장 자정 우선

"과도한 자기매매 등 비정상적 거래 증권사 자체적으로 관리"

2016-06-20     황건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현지시간으로 17일) 초단타매매가 제한되는 신규 거래소인 IEX(Investors Exchange)의 설립을 승인했다. 한국에서는 시장 자정기능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미국 SEC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초단타 매매를 규제하는 새 거래소 설립을 승인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시장 자정기능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현지시간으로 17일) 초단타매매가 제한되는 신규 거래소인 IEX(Investors Exchange) 설립을 승인했다. IEX 거래소에서 가장 큰 특징은 과속방지턱(speed bump)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모든 주문이 61km 길이의 광섬유케이블을 통과하도록 해 물리적으로 최소 350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만큼 거래가 지연된다. 따라서 아무리 빠른 통신망을 갖춘 투자자도 거래 속도는 350마이크로초 이상이 소요된다.

초단타 매매는 거래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의존해 작은 주가 변동에서도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단타매매가 급등락 장세에서 1만원에 주식을 매수한 뒤 5분뒤 1만2000원에 매도해 단기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라면 초단타 매매는 1초에도 2~3회 주식을 사고 팔면서 차익을 극대화한다. 

물리적으로 사람이라면 거래가 어려운 짧은 시간에도 매매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단타매매와는 고빈도매매 혹은 극초단타 매매로 구분하기도 한다. 워낙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거래소와 즉시 연결되는 전용 통신망의 속도가 수익을 좌우한다.

초단타매매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투자 장비에 기대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수백만분의 1초 안에 다수의 거래를 내는 방식은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렵다. 더구나 정상적인 투자자의 거래 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차이에서 수익을 갉아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어떠한 가치도 추가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IEX는 이 때문에 설립된 거래소다. 이번 SEC 승인 이전에도 대안 거래소(ATS)로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에는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벤처캐피탈 등이 투자했다.

브래드 카츠야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IEX를 개장하기 위한 노력은 2012년 3월부터 시작됐다"며 "투자자보호와 공공의 이익, 거래에서의 평등원칙에 기반해서 설립된 거래소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초단타매매에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초단타 매매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한국의 데이트레이딩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초단타매매 우려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거래량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돼 있다 / 사진=뉴스1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초단타 매매 규제는 없다. 국내에서 초단타 매매가 주목받은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지난 1998년 3월 주식을 매수한 뒤 당일 매도하는 데이트레이딩이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주식 매도 후 즉시 다른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는 한 번만 허용됐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수료를 낮추면서 데이트레이딩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데이트레이딩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초단타매매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거래량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돼 있어서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거래량 기준으로 지난해 데이트레이딩은 1194억주가 거래됐다. 전년인 2014년에 597억주에 비해 두배나 많은 수치다. 투자자별로는 개인 투자자가 97%를 차지할 정도로 홈트레이딩과 모바일트레이딩 시스셈에 기반한 거래량이 많다.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의 초단타 매매에 대해서는 시장 자율 자정 기능을 우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트레이딩 방식을 과도하게 규제하기에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1인 1계좌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자기매매는 고객과의 이해상충 및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우선 금융회사 스스로 내부 규정을 마련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금감원에서는 매년 증권사별 거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올해도 하반기 중에 점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행 점검 방식에서는 점검의 범위가 좁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초단타 매매보다는 데이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점검이다. 아직까지 미국이나 유럽처럼 알고리즘을 이용한 초단타매매 사례가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일단 법에서 자기매매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수만번 거래를 하는 등 과도한 자기매매 등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거래 방식에 대해서만 증권사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내부규정을 마련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