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오너리스크'에 투자자만 손해본다

투자시 기업 총수, 경영진 등에 대한 평판 확인 필요해

2016-06-15     송준영 기자

국내 증권 시장에 오너리스크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주가는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 이어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사 시작 이후 열린 시장에서 이틀새 시가총액만 1조6000억원이 증발했다. 

롯데 뿐만 아니라 CJ, 한화 등 굵직한 대기업부터 네이처리퍼블릭, MPK그룹 등 성장 기업까지 오너리스크 문제로 홍역을 치뤘다. 이들 기업은 좋은 실적을 냈지만 기업 총수의 각종 비리 탓에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전문가들은 기업 총수의 윤리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실적뿐만 아니라 도덕성 등 정성적인 평가도 더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식 시장에서 롯데그룹 오너리스크 후폭풍이 거세다. 롯데쇼핑은 14일 종가 기준 20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롯데칠성은 장중에 176만 원대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 합은 23조7000억원으로 이틀간 1조6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주는 지난해 여름에도 오너리스크에 흔들렸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경영 공백 등 불확실성을 낳았다. 특히 경영권 논란이 격화된 지난해 8월 5일부터 8일까지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주가는 16.9% 급락했다.

최근 화장품 판매업체인 네이처리퍼블릭 주주도 오너리스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자 상장 일정이 올스톱됐다. 이로 인해 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던 네이처리퍼블릭 주가가 1년 새 70%나 빠졌고 시가총액은 9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지난 4월에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하면서 주가가 하루만에 4.36% 급락했다. 뒤이어 MPK그룹이 운영하는 미스터피자 불매 여론이 일면서 가맹점 매출도 줄었다. MPK그룹 전체매출에서 미스터피자의 매출비중은 80%를 넘어선다. 주가도 이와 연동하며 지난달 20일 연저점인 2280원까지 떨어졌다.


과거로 돌아가면 2013년 3월 15만원대이던 CJ그룹 주가는 같은 해 5월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11년 한화 주가도 검찰의 김승연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본격화 되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같은 해 1월 3일 종가 기준 5만7100원이던 한화 주가가 12월 1일 종가 3만3150원으로 약 40% 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 기업 총수의 윤리성 등 정성적인 평가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 총수로 인해 기업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GEC RISK의 안드레아 보님 블랑 대표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평판 문제로 기업이 쌓아왔던 이미지가 무너지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경영자 등이 윤리 준수에 나서서 평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비리는 관계사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상장에도 걸림돌이 된다. 호텔롯데의 경우 이번 검찰의 수사로 경영진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향후 3년 동안 상장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상장이 무산되면 자금 조달 등 어려움을 겪어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주주가치가 회손될 수 있다"며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투자시 기업 총수, 경영진 등에 대한 평판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너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기업 총수, 경영진 등 평판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