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50달러 선 지키기 어렵네

브렉시트 등 세계경기 불안 심리 확대…셰일업계 가동 재개

2016-06-15     황의범 기자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미국 셰일업체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의 셰일가스 시추 설비. / 사진=코노코필립스

 

국제 유가가 50달러 선을 넘는가 싶더니 다시 하락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중국 투자 지표 악화 등 굵직한 이슈로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미국 셰일업계 생산량도 유가 50달러를 기점으로 늘고 있어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일고 있다. 

국제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선 뒤 떨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기준 7웝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8.49달러로 마감됐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 8월 인도분도 49.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9달러까지 도달했던 두바이유(Dubai)도 46.30달러까지 떨어졌다. 

굵직한 글로벌 이슈가 세계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영국의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며 글로벌 증시가 악화했다. 영국은 23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앞두고 있다. 탈퇴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최근 탈퇴를 찬성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6월 이후 여론조사업체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12번 중 8번에서 탈퇴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EU 탈퇴가 잔류보다 7%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경기 둔화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건스탠리는 14일(현지시각)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유럽 증시가 10~20% 하락해 약세장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국제 경기 악화는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고정자산 투자증가폭 감소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월 고정자산 투자 신장률이 9.6%에 그쳤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중국의 투자 신장률이 10%를 밑돈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투자 신장 폭이 좁아진 것에 대해 전체 투자 중 6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투자 부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밖에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원유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발간하는 월드팩트북(CIA World Fact Book)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하루 원유 소비량은 1012만배럴로 미국 다음이다. 이로 인해 유가는 중국 경제 지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시장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경제부양 정책이 약해지고 있다“며 ”민간투자도 줄어들고 있어 경제가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중국 경제 전망을 우려했다.

게다가 저유가 기조로 가동을 멈춘 미국 셰일업계도 생산을 재개했다. 미국 석유시추 서비스회사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기준 가동 중인 미국 시추 수는 414개로 전주보다 6개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시추 수는 2주 연속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가동 중인 시추 수도 전주보다 24기 증가한 65기, 전 세계 총 시추 수도 지난주보다 9기 늘어난 955기로 집계됐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국 셰일업계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원유 가격을 50달러 선으로 보고 있다”며 “민간 셰일 업체들은 유가가 오르기 무섭게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재고량 증가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업체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미국 원유 수입 창구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와 비교해 52만5000배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