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탈 것, 땅에서는 날고 하늘에서 긴다

현대차 EQ900 1억원 몸값에도 ‘씽씽’…대한항공 5000억 A380은 ‘텅텅’

2016-06-15     박성의 기자
제네시스 대형 세단 EQ900. /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와 항공업계가 비싼 가격과 고급 시설을 아우르는 이른바 ‘럭셔리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군으로 지목한 가운데, 실적은 양극단으로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국내외 완성차사가 1억원을 아우르는 고급 세단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가 항공기인 A380 도입 이후 공석이 늘어나는 등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1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 들어 5월까지 EQ900(G90), DH제네시스 2개 차종으로 2만8000여대를 판매했다. 돋보이는 건 대형세단 EQ900 성적이다. EQ900은 지난해 11월 출시 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EQ900을 두고 전망이 극단을 오갔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고가의 차량이 얼마나 팔려나갈 수 있겠냐는 물음표가 붙었다. EQ900 가격은 7170만~1억1490만원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EQ900은 지난달까지 1만4000대가 판매됐다. 한해 반환점을 돌기 전 현대차가 올해 목표 판매량으로 세운 2만대에 근접하는 실적을 거뒀다. 업계관계자는 “이제껏 1억원을 넘어가는 고급차 시장은 수입차 안방이었다. EQ900 성공은 국내 고급차 산업의 풀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통의 럭셔리카 강자 벤츠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비장의 무기는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 변경)된 10세대 E클래스. E클래스 가격은 6560만~7800만으로 책정됐다. 2세대 DH 제네시스의 부분 변경 모델인 G80과 함께 하반기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지난달 21일 인천시 중구 운서동 대한한공 정비격납고에서 평소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60여명의 SNS회원들이 A380 항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고급차 시장이 쾌속질주 하는 사이 항공업계는 고급 비행기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동차사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고급차와 달리 값비싼 고급 비행기는 공실이 넘쳐나가고 있다.

문제아는 점보 제트 여객기인 에어버스 380(A380)다. A380은 ‘하늘 위 호텔’로 불릴 만큼 최고급 시설을 갖춘 여객기다. 대당 가격만 약 5000억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0대와 4대의 A380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A380이 경제력 있는 수요층을 대거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는 엇나갔다. A380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장거리 인기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데, 평균 탑승률이 약 70% 내외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A380의 주력 좌석인 비즈니스석과 일등석 인기는 이코노미석에 비해 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일반 여객기와의 수익구조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A380 도입 대수가 더 많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보다 고민의 골이 깊어보인다. 특히 대한항공 A380 좌석수는 전세계 A380 중 최소 규모인 407석이다. 일등석에는 세계적 명품 좌석인 코스모 스위트(Kosmo Suites)를 장착하는 등 공을 들였다. 그만큼 값비싼 고급좌석에서 어느 정도 실적이 나와 줘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을 이끈 이는 한진가(家) 3남매였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은 “A380의 도입 목적이 거대한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A380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지만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뉴욕 등을 방문하는 이들이 굳이 값비싼 A380을 이용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유학생이나 관람객의 경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대한항공 수익률이 1분기 괜찮게 나왔지만 A380 유지비가 워낙 비싸다. 앞으로 A380 실적이 저조하다면 도입을 추진했던 경영진도 판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