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전략…"채권보다 주식"
미국 금리·대선, 환율, 유가 등 주요 변수
상반기 국내 증권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연초 코스피는 중국 증시 급락 영향에 1800선까지 밀렸다. 이후 세계 증시가 안정화하면서 국내 증시도 상승 분위기를 탔다. 하지만 5월 들어 미국 금리 인상 여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 등 굵직한 대외 변수 탓에 하락세를 맞았다. 6월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다시금 2000선을 탈환했다.
국내 증시는 다양한 변수 사이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부터 글로벌 경제 회복 여부까지 국내 증시를 뒤흔들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에 증권 전문가들을 통해 하반기 국내 증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하반기 국내 증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 참여자들이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여부, 미국 경제 지표, 국제 유가 추이, 미국 대선 등을 유심히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에도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요인으로 볼지 아니면 미국 경기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할 지에 따라 하반기 투자심리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한국, 중국 등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투자를 하겠다는 심리가 악화된다. 반대로 기준 금리 인상을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도 있다.
그는 국제 유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글로벌 증시의 하락은 국제 유가 하락세와 관련이 깊다”며 “과거 2년동안 국제유가는 6월달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올해 하반기 국제 유가가 과거 패턴을 따라 갈 것이냐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더불어 중국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초 국내 증시는 중국 증시에 영향을 받으며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중국 위안화 약세 등으로 인한 대내외 경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하반기에 전통적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수차례에 걸쳐 유동성을 확대했다. 이와 더불어 구조조정 중인 중국 기업 상황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주요 이슈로 환율과 미국 대선을 꼽았다. 그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달러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신흥국 증시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또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후보자별 지지율에 따라 업종별, 산업별 주도주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국내 증시, 오를까?
하반기 국내 증시 등락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변동성이 해소되는 3분기 이후부터는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의견과 소비 위축, 인구 노령화 등 구조적으로 상승 동력이 제한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팀장은 “11월 중순부터 지수가 반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3분기까지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9월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11월은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 밝혔다.
한 팀장도 지수가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최근 다섯 차례의 미국 금리인상에서 1년 지난 뒤 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80%의 확률로 올랐다. 87년 블랙먼데이(BlackMonday)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네 차례 동안 평균 상승률은 3.9%였다. 같은 기간 신흥국 지수와 코스피도 각각 100%와 60% 확률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수가 오를 여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닥터둠(Dr. Doom·경제 비관론자)인 김학주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는 “하반기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인구노령화, 소비 약화 등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통화 팽창 정책으로 형성된 자산버블(거품)을 통해 버티고 있다. 하반기뿐만 아니라 몇 년간 주가가 올라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반기 어떤 자산이 매력적일까?
한 팀장은 원자재 관련 투자가 유망하다고 봤다. 또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국제 유가가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유와 관련된 시장, 원유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하는 원자재 관련 상품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반기 유가가 상승하면 국내 수출 20%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이 많아진다. 원화 약세까지 더해지면 원화 환산 수출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증권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채권은 미국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적은 수익률이지만 안정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배당주 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 미국 달러 자산을 사는 것도 중요한데 이 경우 달러 자체보다 미국 배당주 펀드 등을 통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 금에 투자하는 것도 추천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있어 계속 실패한다면 달러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을 9월로 예상한다. 4분기보다 금리 인상 전인 3분기가 더 투자하기 좋을 것이다. 금리 인상 전까지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 못하면 그동안 달러 강세 때문에 가격 하락이 심했던 신흥국 자산 투자가 매력적일 전망이다. 신흥국 내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고가 탄탄한 중국, 한국, 대만이 좋을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IT·자동차·에너지주 등 경기 민감주 관련 자산이 다시 한 번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반기 국내 증시의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꼽는다면?
이 센터장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물가와 소비 등 경기 지표들이 같이 좋아지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는 회복되는데 긴축 정책이 완화되면 위험 자산에서 가격 반등이 나올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금리 인상이 빠르게 가져가면 이에 대응하지 못한 신흥국 시장 자산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부도를 맞는 신흥국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지연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서 신흥국 자금 이탈 등 리스크가 완충되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까닭이다. 최악은 금리 인상이 앞당겨져서 위안화 약세, 신흥국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