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 계열 HBO에 애플이 필요한 이유

온라인 스트리밍 개시한 HBO에게 최선의 선택

2016-05-30     고재석 기자
애플이 타임워너에 인수를 제안하면서 타임워너 자회사이자 미국 최대 케이블채널인 HBO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은 HBO가 애플과 함께 개시한 서비스 HBO NOW의 소개페이지. / 사진=HBO 홈페이지

 

애플이 타임워너에 인수를 제안하면서 타임워너 자회사이자 미국 최대 케이블채널인 HBO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HBO가 최근 OTT의 도전에 대한 맞대응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HBO에게 애플은 최선의 플랫폼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타임워너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FT는 복수의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해 애플에서 아이튠즈 스토어와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을 총괄하는 에디 큐(Eddy Cue) 수석부사장이 타임워너 기업전략총괄을 만나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보도에 대한 공식논평을 거부했다.

타임워너는 시가총액이 600억달러(71조 5200억원)에 이르는 거대 미디어그룹이다. 자회사 면면은 화려하다. 시사주간지 TIME, 뉴스채널 CNN,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케이블채널 HBO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인수제안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자회사는 HBO다. HBO는 미국 최대 유료케이블 네트워크 중 하나다. ‘왕좌의 게임’, ‘오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시즌제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HBO를 둘러싼 시장 환경은 좋지 않다. OTT의 거센 도전 때문이다. OTT는 기존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경쟁의 무게추는 OTT 쪽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콘텐츠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다. 최근에는 르티비(Letv)를 비롯해 중국 OTT업체도 콘텐츠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HBO 같은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 점점 더 불리한 국면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 시점에 HBO가 선택한 파트너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3월 애플TV 신제품을 내놓으며 HBO와의 제휴를 공식선언했다. 애플은 2007년부터 애플TV 사업을 확장하며 콘텐츠 확보에 노력해왔다.

HBO와 애플은 독점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부터 무제한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 HBO NOW를 시작했다. 요금은 월 14.99달러다. IT업체 애플과 기성 콘텐츠사업자 HBO가 손을 잡고 자체 OTT를 출범시킨 모양새다. 

HBO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OTT업계에 보다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HBO NOW를 다른 서비스인 HBO GO와 비교하면 HBO의 달라진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HBO는 지난 2011년 자사의 TV프로그램과 영화를 제공하는 HBO GO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HBO GO는 독립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다. HBO 유료 케이블 가입자에게만 제공됐기 때문이다. 즉 HBO를 보고 있다는 걸 증명하면 온라인에서 일종의 부가서비스처럼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이에 비하면 HBO NOW는 OTT의 장점을 대폭 받아들인 서비스다.

이 때문에 애플의 타임워너 인수제안은 HBO의 전략 변화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제휴의 모양새도 좋다. HBO 입장에서 케이블TV 유료서비스는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가입자 수는 넷플릭스에 역전 당했지만 영업이익은 훨씬 많다. 케이블채널과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의 요금차이 때문이다.

결국 HBO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케이블채널을 유지한 채 OTT 영토에 들어가는 것이다. HBO 입장에서 애플의 플랫폼에 올라타는 게 최선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타임워너 수뇌부 입장에서도 이번 제안을 과거와 다른 시각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타임워너는 지난 2014년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의 21세기폭스가 제안한 800억달러(한화 95조 3600억원) 인수제안을 거절했었다. 다만 타임워너와 21세기폭스는 사업영역이 상당부분 겹친다.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렵다. 두 회사 모두 올드미디어에 사업기반을 뒀다는 점도 약점이다. 

 

반면 애플은 세계최대의 IT기업이다. 인수 파트너 각자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 다르다. 애플 입장에서도 자체 콘텐츠 확보는 미래 성장 먹거리다. 이번 인수제안의 파장을 계속 지켜봐야할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