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계좌에 14조원 잠자는데 당신 돈은?
금융결제원 미사용 계좌 7730만개 한꺼번에 조회 해지 가능케 추진
12월부터 계좌통합관리시스템이 도입돼 장기 미사용 계좌에 담겨 방치됐던 14조원가량의 자금이 시중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계좌통합관리서비스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 도입 전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계좌통합관리시스템(Acccont Info, 어카운트인포)이란 모든 은행에서 본인 명의 계좌를 온라인상에서 일괄 조회해 장시간 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를 즉시 해지하고 잔액을 본인 계좌로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소유한 은행 계좌는 평균 5.4개다. 2개에 불과한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은행이 스스로 고객이 체험하는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국민 스스로 미사용 계좌를 정리한다면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소지도 차단할 수 있다"며 "지난해 시작한 계좌이동서비스에 이어 국민 참여형 혁신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미사용 계좌가 전체 계좌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유지·관리비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본인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를 일목요연하게 조회하고 불필요한 계좌는 해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 계좌 중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거나 만기 이후에도 해지 않은 계좌는 7730만개(지급정지계좌 제외)로 나타났다. 전체 33.6% 수준이다. 미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려도 5560만개(24.2%)에 달한다.
금액으로 보면 미사용기간 1년 이상은 13조8000억원, 3년 이상은 7조8000억원이다.
하 회장은 "우리나라 은행 산업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며 "해당 서비스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사이트에서는 개설 은행과 지점, 최종입출금일과 잔액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잔액 계좌이체는 계좌정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전액 이전만 가능하고 해당 계좌는 해지된다. 다만 인터넷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창구에서도 제한된 범위(정보제공 항목 제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순호 연구위원은 "잔액이 '0'인 장기미사용 계좌의 경우 은행 직권 또는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 미청구자산 처리를 위한 입법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결제원은 오는 10월까지 본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할 계획이다. 11월에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12월 2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해 내년 3월부터 은행 창구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