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회장, 항소심서 집행유예…횡령 혐의 인정돼

재판부 "경조사비·격려금, 지위 과시 위해 지출"…배임 혐의는 무죄

2016-05-27     한광범 기자
이석채 전 KT 회장이 2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석채(70) 전 KT 회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가 1심 판단과 달리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 횡령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받는 비자금 11억6850만원 중 남아있는 4500만원을 제외하고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된 11억2350만원에 대해 유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경조사비와 격려금 등 회사 업무상 필요에 의해 지출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정상적 업무추진 목적을 넘어 개인 체면을 유지하고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비용 지출"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일부 임원들에게 과도한 현금 수당을 지급하고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11억6850만원을 조성해 경조사 비용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기소한 바 있다.

1심은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조사비가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영업활동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에게 사용된 점을 들어 회사를 위해 사용된 돈이라고 판단해 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친척과 지인이 운영하는 3개 벤처회사 주식을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103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특경가법상 배임)에 대해선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배임 혐의에 대해 경영상 필요와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인정하고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해서 임무 위배 행위로 보지 않은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유열(59) 전 KT 사장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일영(59) 전 KT 사장에겐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