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CSP제철소 시작부터 험난
전문가들 슬라브 수요 많지 않아…후판 수요처 조선업도 불황
동국제강이 10년 간 공들인 브라질 CSP 제철소를 다음 달 초부터 가동한다. 동국제강은 슬라브부터 완제품까지 일관 생산 체계를 갖춰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CSP 제철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로 보고 있다.
이성호 동국제강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12일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CSP 제철소를 다음 달 초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이 2005년부터 포스코와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VALE)와 합작한 프로젝트다. 동국제강은 지분 30%와 경영권을 갖고 있다. 이 제철소는 연간 반제품 슬라브 300만톤을 생산한다. 그 중 동국제강은 160만톤을 가져간다.
동국제강은 여태껏 자체 고로가 없어 슬라브를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CSP 제철소 설립으로 원재료(슬라브)부터 완제품(후판)까지 일관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곽진수 전략담당 이사는 “아직 절감 비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자체 후판 생산에 필요한 60만톤을 제외한 나머지 슬라브는 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60만톤은 국내 당진 공장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데 쓰고 나머지 100톤은 세계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이 CSP 제철소에 대해 낙관하는 것과 달리 업계 전문가들은 슬라브와 후판 시장 상황이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과잉 위험은 여전하다”며 “가격이 급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업계 전문가들은 슬라브와 후판이 저가 상품이고 수요도 많지 않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철강 업체들은 자체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어 슬라브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며 “동국제강이 목표한 100만톤 수출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후판을 주로 사용하는 조선업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광 미래에셋 연구원도 “지리적 요인으로 슬라브 운송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동국제강이 CSP 제철소 수익을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CSP 제철소가 반등하고 있는 동국제강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CSP 제철소에 투자를 시작할 때는 철강 시황 뿐 아니라 남미 시장 상황도 좋았다”며 “CSP 제철소에서 적자가 크게 나면 동국제강이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동국제강은 2014년 3분기부터 후판 가격 폭락으로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후판 중심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상품 종류를 다각화했고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