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범들 금융 취약계층 노린다
노인·탈북민 등 금융문맹 탈피할 교육시스템 부족
60세 이상 노인, 탈북민 등 금융 취약계층에서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문맹'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60대 이상 노인층이다. 지난달 경찰청이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막은 89명 가운데 60대 이상 노인층은 77.5%였다.
성수용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부국장은 "60대 이상 노인층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에 취약하다"며 "이들은 온라인 뱅킹보다 창구 거래가 익숙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주로 금융당국, 수사기관,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한 범죄였다.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예금인출을 유도하고 집에 돈을 보관해 두라고 말했다. 이후 비어있는 집에 들어가 돈을 훔쳐 달아났다. 또 금융당국 직원 등으로 속여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건네받는 과감한 수법도 이용했다.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족 등도 금융사기에 쉽게 노출됐다.
최근 북한 탈북자 10여명이 A사회적기업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탈북민의 부족한 금융지식을 이용해 고수익 투자라고 속여 100여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피해자 A씨는 "탈북민들이 은행 거래 등에 익숙하지 않고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 명칭이 들어간 홍보에 속아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처럼 한국 경제 사정에 익숙지 않은 탈북민을 고수익 유혹에 빠뜨려 돈을 갈취하는 등 금융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당하는 금융사기는 주로 금융 피라미드 사기, 보험·대출사기 등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탈북민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 체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교육 요청이 있을 경우 교육자 파견 등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금감원 금융교육운영 팀장은 "탈북민이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하나원 등에서 금융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금감원 직원이 가서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탈북민이나 다문화가족이 쉽게 노출된 현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각 생활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기란 쉽지 않다"라며 "금융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요청이 있을 때 나가서 교육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구성원도 금융지식 부족을 호소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다문화가족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중 71.9%로 나타났다. 필요한 경제교육으로는 재테크, 금전관리, 금융거래 등 순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다문화가족 중 금융지식이 부족해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금융사기범에게 노출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