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증가 장기적으로 소비에 긍정적”

한국개발연구원,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2016-05-12     하장청 기자
2000년 이후 기대수명 증가의 영향 / 자료=한국개발연구원

 

기대수명 증가가 소비에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기대수명 증가는 단기적으로 소비를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본을 축적함에 따라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기대수명 증가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 77.9%에서 지난해 71.9%로 하락했다. KDI는 최근 가계의 평균소비성향 하락 원인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대수명을 꼽았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매년 0.5세 내외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00년 75.5세에서 2014년 82.4세까지 늘었다. 60세를 은퇴연령으로 가정할 경우 은퇴 후 생존기간은 약 40% 증가한 셈이다.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고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도 정체돼 있어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사전 준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수명 증가가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KDI는 분석했다.

저축률 증가가 소비를 감소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론 저축률 증가에 따른 자본축적이 경제성장률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예비 은퇴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기대수명 증가 영향 분석 결과, 평균수명이 매년 0.5세 증가할 경우 우리 경제 저축률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기준 각각 3.5%포인트, 0.4%포인트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규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저축률 증가는 소비 감소를 의미하지만 이는 자본축적으로 연결, 노동 한계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공급이 확대돼 결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동공급이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거나, 저축률 상승이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연구위원은 “저축 증가가 국내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서비스업 선진화를 비롯, 과감한 규제합리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기대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적극 추진해 중∙장년층의 노동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