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500대 기업 25% 교체…미국은 31%

여신금융업 97%·IT전자 87% 탈락…산업 재편 가속

2016-05-10     한광범 기자
국내 시가총액 500대 기업 4곳 중 1곳은 15년 사이에 신규 진입한 회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 사진=시사비즈

지난 15년간 미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은 3곳 중 1곳이 바뀌는 동안 국내 시총 500대 기업은 4곳 중 1곳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비해 주요 산업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딜로이트와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0~2015년 한미 양국 시총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15년간 각각 122개(24.4%), 153개(31%)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경우 서비스, 석유화학, 제약·의료서비스, IT전기전자, 생활용품 등 업종에서 신규 기업수가 크게 늘었다. 반면 지주사, 조선·기계·설비, 에너지 업종에선 탈락한 기업이 많았다.

 

미국 500대 기업 중 서비스업종은 40.2%에 해당하는 35개 기업이 신규 진입해 변화가 가장 컸다. 이어 석유화학(40.0%), 제약·의료서비스(34.6%), IT전기전자(34.1%), 생활용품(33.3%) 등이 뒤를 이었다. 

 

탈락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지주사였다. 2000년 27개사에서 지난해엔 17개사(63.0%)가 탈락했다. 조선·기계·설비(53.8%), 에너지(44.7%) 업종도 탈락율이 높았다. 지난해 미국 500대 기업 분포를 보면 서비스 업종이 87개로 가장 많았다. 2000년 66개에서 21개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제약·의료서비스(52개), IT전기전자(41개)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경우 500대 기업 중 IT전기전자, 철강 등 수출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금융 기업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 서비스, 제약, 유통 등 내수관련 업종들은 약진했다.

 

지난해 500대 기업 중 서비스 기업은 61개사였다. 2000년 39개사에서 22개사가 증가했다. 61개 기업 중 500대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32개사(52.5%)였다. 두 번째로 많은 업종은 제약으로 50개 기업이 포함됐다. 2000년 19개사에서 크게 증가했다. 생활용품 업종은 20개에서 33개, 유통업은 10개에서 22개, 보험은 5개에서 12개로 늘었다.

 

반면 500대 기업 탈락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여신금융업으로 무려 96.8%가 탈락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창업투자사와 종금사 등이 대거 몰락한 데 따른 것이다. 

 

IT전기전자도 86.6%가 탈락하며 급격한 쇠퇴를 보였다. 지난 2000년 112개 기업이 포진했으나 지난해 44개로 크게 줄었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소재 관련 업체들이 급격히 쇠락한데 따른 것이다. 44개 기업 중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총 500위권을 유지한 기업도 21개사에 불과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인 IT전기전자 업종 기업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등 산업 생태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