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 결렬시 법정관리 불가피"
임종룡 금융위원장…협상 전망은 불투명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이 어제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해운업 구조조정에 긴박감이 더해지고 있다. 해운업계 안팍에서는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선결 과제로 용선료 협상이 언급되고 있다.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 후"5월 중순이후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협상이 결렬될 경우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그 이후 과정이 무의미 하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25일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으로부터 자율협약 신청서를 받으면서 정상화 추진 세부방안을 보완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상화 추진 세부방안에는 사실상 용선료 협상이 주요 내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조정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높은 용선료를 그대로 부담하면서 구조조정에 성공할 방법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호황기, 장기계약…연간 용선료만 1조원 넘어
용선료는 일종의 선박 임대료로 일정 기간 선박을 빌려 이용한 뒤 선주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사들은 지난 2006년 이후 용선계약에서 고가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당시에는 적정한 가격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해운사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곳 모두 연간 용선료로 1조원을 넘게 지불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선박 116척 중에서 83척을 임대해 운용중이다. 지난해 지불한 용선료는 1조8793억원이었고 지난해 실적은 62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역시 용선료 부담에 장기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운행중인 150여척의 선박 가운데 92척 가량을 빌렸다. 지난해 용선료로 지불한 금액은 1조146억원이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실적은 220억원이다. 2013년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손실폭이 줄었지만 2011년이후 5년 연속 적자다. 한진해운은 2011년 7323억원, 2012년 6697억원, 2013년 8219억원, 2014년 61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이 올해 지급해야할 용선료는 928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현재 용선료의 5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업체 용선료 협상 성공 사례 없어…법정관리 돌입시 기업가치 관건
용선료 협상 전망은 밝지 못하다. 일단 국내에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사례가 아직까지 없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보다 먼저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용선료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현대상선 역시 용선료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임종룡 위원장이 법정관리를 언급한 것도 용선료 협상에서 해외 선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임종룡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우선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관건이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은 외부 업체를 통해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봐서 계속 사업을 할 경우의 회사 가치가 지금 청산할 경우의 가치보다 높다면 회생절차를 진행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이전에도 대한해운과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 대한해운은 자체적으로 2013년말 회생절차를 종결했고 팬오션은 지난해 하림에 인수되며 회생에 성공했다.
다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실어 나르는 벌크선 중심의 해운사다.
해운업계에서는 현재 기준으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청산가치보다는 계속기업가치가 높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할 경우 결과는 미지수다.
법정관리 돌입시에는 용선계약은 물론 기존 채권자들의 채무조정도 진행된다. 신뢰를 중시하는 해운업종 특성상 법정관리 이후 사업을 이전처럼 유지하기에 어렵다. 결과적으로 계속기업가치는 낮아진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회사의 사업은 정지된다고 보면 된다"며 "벌크선보다 사업규모가 큰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는 배상해줘야할 금액도 크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법정관리를 쉽게 선택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