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양재동 파이시티땅 새 주인되나
증권거래소, 하림에 파이시티 추진설 조회공시 요구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가 곧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오고 수년 동안 매각 작업에 실패한 만큼, 이번엔 주인찾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파이시티 부지 매각 수탁사인 무궁화신탁은 하림그룹과 세부 계약 사항을 논의 중이다. 공매 절차에 따라 양측은 이르면 이번주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액은 지난 1월 마지막으로 실시된 공매 최저가인 4525억원으로, 하림 측이 계약금 10%를 낸 뒤 나머지 금액은 계약 한 달 이내에 조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2006년 시행사 파이시티가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약 9만6000㎡)를 매입해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인허가 과정의 비리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곂치면서 좌초했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부지 매각을 시도했다. STS개발, 건인디앤씨 등이 참여했으나 입찰 참여자들이 자금 조달 역량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유찰됐다. 하지만 이번에 극적으로 매수자를 찾아 대주단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파이시티 매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서울시가 지난 2월 양재·우면동 일대를 연구개발(R&D) 지구로 육성한다고 발표하면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경제거점 조성 목적으로 양재·우면동 일대를 연구개발(R&D) 지구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파이시티의 가치가 높아졌다"며 "유통 및 건설사들이 부지 매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하림이 지난해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한 뒤 추가로 대형 투자를 결행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로 곡물 구입과 운반, 축산·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할 수 있게 됐으며 자산 규모 9조9000억원, 재계 순위 30위권의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물류센터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이시티는 그 중에 한 곳”이라며 “아직 매입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