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최덕규 부정 선거운동 탓에 떨어져"

검찰, 김병원 지지 문자 전송 혐의로 최덕규 측 수사

2016-04-19     이준영 기자

 

검찰은 지난 1월 12일 치러진 23대 농협중앙회장 부정 선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왼쪽부터)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 이성희 후보, 최덕규 후보.

"최덕규 후보가 김병원을 지지하는 문자를 보내고 김병원 손잡고 선거장서 돌아다닌 행위 탓에 선거 결과가 뒤집어졌다."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성희 후보는 경쟁 후보간 부정 선거 탓에 자기가 낙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월12일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떨어졌다. 그는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사이 1시간 남짓 일어난 일로 결과가 뒤집혔다고 밝혔다.

 

선거일 대의원과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90명이 참석했다. 1차 투표에서 이성희 후보 104표, 김병원 후보(현 농협중앙회장) 91표, 최덕규 후보(전 합천가야 농협 조합장) 74표를 얻었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1차 투표 1, 2위 이성희와 김병원 후보를 두고 결선 투표를 벌였다. 1차 투표 결과가 뒤집어졌다. 김 후보가 163표, 이 후보는 126표를 얻었다.

 

이틀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정 선거 의혹은 1차 투표와 2차 결선 투표 사이에 일어났다. 

 

선관위에 따르면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최덕규 후보 측 인사가 결선 투표 직전 대의원들에게 김병원 후보 지지 문자를 보냈다. 선관위는 문자를 보낸 번호가 최덕규 후보 휴대폰은 아니지만 개입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최덕규 후보는 2차 투표 직전 김 후보의 손을 들어 올리고 함께 투표장도 돌아다녔다. 선관위는 최 후보가 김 후보의 지지를 유도했다고 봤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선거 당일 어떠한 선거 운동도 벌일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덕규 후보는 기자와 통화에서 "선거 날 현장에서 김병원 후보에게 난 떨어졌으니 잘하라고 10~20초 그의 손을 잡긴 했다. 그러나 김병원 지지 문자는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와 김병원 사이에 금품이 오가지 않았다. 이권 약속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농협 조합원은 "1차 투표에서 최덕규 후보가 얻은 74표가 2차에서 김병원 후보에게 그대로 갔다"고 밝혔다. 김병원 당선자 득표는 1차 91표, 2차 163표로 72표 늘었다.

 

농협 조합원은 "선관위가 2차 투표 시작 직전 최덕규 후보의 김병원 후보 지지 문자와 손잡고 돌아다닌 증거 정황을 포착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2차 투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어 "당시 선관위는 최덕규 후보의 행위가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2차 투표를 진행한 듯 하다"고 말했다.

 

최덕규 후보가 경상도 지역 조합장들에게 김병원 지지 문자를 발송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덕규는 경남 합천 가야 농협 조합장 출신이다. 경남 대의원 수는 36명, 경북은 43명이다. 대구(4명), 울산(4명), 부산(3명)까지 합하면 90명에 달한다.

 

검찰은 결선투표 개시 직전 김병원 후보 지지 문자가 강원·경남·경북·부산·대구 5개 지역 대의원들에게 발송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최덕규 후보의 선거 부정 의혹 행위를 선거 당일 인지하고도 이틀 뒤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선관위는 이에 "(선거 부정행위)를 확인하는데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김병원 지지 문자가 돈 것을 선관위가 확보한 것은 맞다. 다만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최덕규 후보와 김병원 후보 사이에 밀약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공안2부는 지난 6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부정 의혹에 연루된 최덕규 후보 캠프 관계자 김 씨와 이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 후보 1차 투표 탈락 후 '결선투표에선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 최덕규 올림'이라고 적은 문자 메시지를 선거인단에 발송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캠프 관계자 김 씨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최 후보 캠프 관계자 농협대 교수 이 씨에 대해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최덕규 후보 자택과 사무실도 지난 6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후보가 이들의 문자메시지 발송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최 씨를 소환해 문자메시지 발송 개입과 김병원 후보와의 사전 논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