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상반기 순익 1557억원···전년比 14.6%↓
영업비용 증가 및 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금융 취급액 감소 영향

현대카드 상반기 당기순이익 및 금융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카드 상반기 당기순이익 및 금융 취급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현대카드는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카드론 등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관련 자산이 줄어든 점이 순익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15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1823억원) 대비 14.6% 줄어든 규모다. 영업수익은 1조49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등 업권을 둘러싼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타 카드사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같은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경우 상반기 3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2789억원) 대비 12% 성장했다. 카드업계 맏형 격인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41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4%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 순익 기준으로 현대카드 바로 아래인 5위에 머물렀던 롯데카드는 1년 만에 순익이 63.2% 급증한 1772억원을 기록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여타 카드사들의 실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익이 하락한 데에는 영업비용 증가 및 금융 취급액 감소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산 성장에 따른 차입금 확대와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했다”며 “전년 동기 대비 디지털 인력 비중이 4.1%포인트 증가했고, 전체 직원의 20%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영업비용이 늘어난 반면 금융 취급액은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각각 2조6133억원, 3조7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현금서비스는 5%(1397억원), 카드론은 14.8%(6486억원) 감소했다.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DSR 50%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는 연소득 50% 내에서만 카드론 대출이 가능하다. DSR 규제 강화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현대카드의 금융 취급액이 줄어든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수요자 위주로 엄격히 금융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 취급액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도 금융 취급액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5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에 대해 카드론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면서 카드론 대상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중채무자에 대해 카드론 취급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카드론 취급 규제가 더 강화되는 셈”이라며 “이미 DSR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이용까지 제한될 경우 카드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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