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보다 기술력 우위...조선산업 쉽게 포기해선 안돼”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정부가 조선산업을 사양사업으로 진단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 사진=박성의 기자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해양산업의 위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1~2년간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시기 국내 조선소 인력이 일본이나 중국으로 급격히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소가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는 방책은 선박 개조시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선박 수리 및 개조시장은 영업이익이 낮지만, 도크를 비워둘 바에는 2018년까지만 관련시장에 진출해 일정 수익이라도 창출해내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일본 조선산업 공세가 매섭다. 

 

“일본은 80년대 후반부터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사를 통폐합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및 연구개발(R&D) 부문을 사실상 포기했다. 따라서 해양부문에서 한국 조선소 기술수준을 갑자기 따라잡기 어렵다." 

 

기술수준과 별개로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모습인데.

"아베 정권 들어서 엔저현상이 지속되며 가격경쟁력이 강화됐다. 수주가 활발해지며 R&D에 투자할 여력도 어느 정도 확보됐다. 한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설계부문에 과감히 투자해야하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엔저현상은 미국 정부가 견제에 들어가면 언제든 끝날 수 있기에 지켜봐야 한다.”

 

중국은 초고속성장에서 중고속성장으로 전환하며 ‘신창타이’ 시대를 맞았다. 한국 조선업에 미칠 영향은.

 

“겁먹을 것 없다. 중국은 확실히 한국보다 기술수준이 뒤쳐진다. 벌크선 부문은 경쟁력이 있지만 한국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조선산업은 현장 인력의 노하우나 기술력이 중요한데, 중국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 기자재 및 물류도 한국에 비해 수준이 뒤쳐진다.”

 

조선 3사에 쌓인 빚만 수조원이다. 조선 3사가 뚜렷한 대안이나 반성 없이 수출입은행 등의 정부지원에만 의존해 위기를 타파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조선사 모두 정신차려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너무 후진적이다. 경영진이 조직을 생각하기보다 개인 안위를 생각하는 것 같다. 계약 건수 올리기에만 급급한 채, 수익성 등에 대한 명확한 평가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또 한 번 이런 문제가 재발한다면 그때는 조선사 뿐만 아니라 지원에 나선 금융권도 끝이다.”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조선 3사 위기 대응책은.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조선사가 5억 달러 이상의 수주사업에 나서며 금융지원을 요청할 경우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할 것이다. 평가기준은 외부기관에 의뢰해 만들고 있는 중이다. 조선사가 (적자를 유발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을 할 경우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우조선은 좀비기업이라는 오명마저 썼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원이 혈세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업을 살릴 수는 없더라도 죽일 수 있는 칼은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조선산업은 무너질 수 있다. 일본도 국영이 조선업을 받쳐주고 있다. 조선업은 고용 등 경제파급력이 크다. 혈세를 들여서라도 지원해야 한다. 1~2년을 이 악물고 버텨낸다면 글로벌 조선산업이 다시 회생할 수 있다. 그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 조선사가 보릿고개를 버텨낼 방법은 무엇인가.

 

“친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선박 오염물질을 줄이는 선박 개조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영업이익이 떨어져 국내 조선사가 참여하고 있지 않은 시장이지만,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는 기간만이라도 이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버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시장이다. 중형 조선사들은 하나의 지주사로 묶어서 영업이과 R&D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2018년 정도면 친환경선박 발주가 다시 늘며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을까 싶다. (조선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놈이 이기는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