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회장, 장세욱 부회장 업계 최고수준 보수 챙겨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과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오른쪽) /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지난해 연결 기준 2200억원대 적자에도 업계 최고인 40억7700만원과 20억78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제강은 유동성 위기 탓에 채권단 관리(재무구조개선 약정)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에 2012년 이후 3년 연속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계 기업에서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11.3%로 업계 수위권이다.


동국제강은 철강 산업 불황으로 본업 경쟁력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 3분의 1을 차지했던 봉형강 제품은 저가 중국산 유입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후판 사업은 수요 산업 침체 탓에 여전히 과거 영광을 회복 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숙원 사업으로 진행 중인 브라질CSP 일관제철소도 악화된 시황에 수익성 가늠이 어려운 상태다.      


◇ 동국제강 ‘흐림’, 총수 연봉 ‘맑음’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은 40억7700만원과 20억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업계 최대 연봉이다.


장 회장 보수는 기본급여 12억3600만원에 퇴직소득 25억1000만원, 기타근로소득 3억3100만원이 더해졌다. 이 금액은 등기임원 자격으로 받은 1~6월까지 급여다. 장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5월부터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이다. 퇴직 소득은 월 급여 8700만원에 근무 기간 10년 10개월을 곱해 산정됐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7억5900만원, 상여 100만원, 퇴직금 3억1800만원을 받았다. 장 부회장은 2014년 사장 직위로 11억70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해 부회장과 단독 대표를 맡으면서 급여가 상승했다. 장 부회장 퇴직 소득은 지난해 1월 자회사였던 유니온스틸 흡수·합병으로 인해 발생했다.


논란은 동국제강 재무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이들이 업계 최고 급여를 받고 있는 데서 불거졌다. 특히 장 회장은 비리 혐의로 경영 공백, 기업 이미지 실추 등 회사와 주주에 대내외적인 피해를 입혔음에도 수감 중에 퇴직 소득으로 25억원을 챙겼다. 포스코의 경우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지난 7월 비상경영 쇄신안 발표 이후 자발적으로 급여의 10~20%를 반납하며 기업 살리기에 나선 바 있다.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맺고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후판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동국제강은 공급 과잉 등 불황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입금은 늘어났고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에 2012년 이후 3년 연속 포함됐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936억원 흑자를 내면서 한계 기업은 탈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자 비용에  외화관련손실 등을 포함한 금융비용  2730억원은 다 갚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부채 비율 역시 전년 대비 32.47%포인트 줄어든 211.3%를 기록했으나 포스코의 부채 비율 78.41%, 현대제철 105.78%를 두 배 이상 넘어선다.


◇ 동국제강, 핵심 사업도 안개 속


지난해 동국제강은 부채 1조4036억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업 활동을 통해 부채를 줄이기 보다 자산 매각 등 몸집 줄이기로 채무를 줄였다는 점이다. 동국제강은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 포스코 지분 매각, 포항 후판 2공장 폐쇄, 사파이어 잉곳 제조 업체 DK아즈텍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다방면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에도 국제종합기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살려야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후판 사업을 축소하고 봉형강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봉형강 매출은 2조1013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33.1%를 차지했다. 공장 가동률만 96%에 달했다. 수요 산업인 건설 경기 호황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기에는 업황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산 건설용 철강재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1월 철강수입동향에 따르면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1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었고 H형강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 증가한 8만2000톤을 기록했다. 중국산 철근은 전체 수입 물량에서 7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동국제강은 중국산 유입 증가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철강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중국산 철근과 H형강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국산 철강재 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산 H형강 수입가격은 톤당 364달러(약 44만6628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톤당 482달러(약 59만원)에서 크게 떨어졌다. 중국산 철근 수입가격 역시 같은 기간 톤당 423달러(약 51만원)에서 톤당 283달러(약 34만7000원)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국산 철근 1월 유통 가격은 47~48만원대로 중국산과 1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수요 측면에서 봉형강 시장을 부정적으로 봤다. 한기평은 분양경기 침체로 동국제강의 봉형강 부문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동국제강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그룹 숙원사업인 브라질CSP 일관제철소도 당장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초기 운영 비용과 생산 안정화에 따른 비용과 더불어 현지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장세욱 부회장도 지난 1월 철강협회 신년회에서 “첫 해부터 실적을 잘 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턴오버(turnover·실적전환)하는데 1~2년 정도 걸릴 것"이라 내다봤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후판 반제품인 슬래브를 공급할 목적으로 동국제강이 7억3000만달러(약8000억원)를 들여 10년 이상 추진해온 중요 사업이다. 동국제강은 올해 초 브라질 CSP제철소를 가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브라질CSP제철소 고로 화입 시점을 2016년 2분기로 미뤘다. 주변 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현지 정부지원과 행정 절차가 지연된 탓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 회장 일가는 동국제강 지분 25.12%를 보유하면서 보수 책정, 중대 경영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등에 있어 권한이 많은 편이다. 기업 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며 "다만 고액 연봉에 대해 주주가 납득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책임 경영 등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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