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일반회계 대체제원 조성" vs "기업 기부금 또는 발전기금 활용"

지난해 9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문예진흥기금 고갈 시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안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 일반회계를 통한 해결에, 문화예술위원회는 기부금 조성에 주안점을 두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각 정당의 총선공약집은 대안을 담고 있지 않다.

 

문화연대는 지난 29일 공개토론회를 열고 20대 총선 정책제안서를 발표하며 제도개선 과제 10개를 제안했다. 첫 번째 과제는 문화정책 체계수립이다. 바로 이어 등장한 과제는 문화예술 재원 안정화다.

 

2016년 중앙정부 문화재정 총예산은 66390억으로 전년 대비 8.5% 증액됐다. 하지만 문화연대 측은 체육관광 부문 예산이 양적 팽창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앙정부 종속화 현상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재정 문제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사안은 문예진흥기금 고갈이다문예진흥기금은 1973년부터 징수돼 기초예술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영화관, 문화재,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 입장료 수익의 6% 내외 금액을 징수하는 기금이다. 40여 년간 문학, 미술, 공연, 전통예술 등 주로 순수 기초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데 활용됐다.

 

하지만 지난 20031219일 헌법재판소는 공연 관람자에게 문예진흥기금을 걷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구 문화예술진흥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공연기획자가 낸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8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문화예술위원회는 원금을 헐어 재원을 마련했었다. 때문에 한때 5000억원이 넘었던 기금은 계속 고갈돼왔다. 설상가상으로 기금 투자손실까지 있었다. 내년에는 문예기금을 통한 예산편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난해 열린 한 토론회에서 “2004년에 문예진흥기금 모금의 폐지로 인해 기금 고갈이 명백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 재원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총선 정책제안서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일반회계를 활용한 대체재원 조성을 최우선 대안으로 내세웠다. 또 상대적으로 재원이 튼튼한 방송발전기금 등 기타 기금 간 전출입 제도를 활용해 적립금 확충도 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을 통해 복권기금을 활용한 문예 진흥기금 적립금 조성 방안도 모색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기금운용을 책임진 박명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연대 토론회 다음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펀딩과 기업 기부금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 측의 입장과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예술지원 방안에 있어 퍼주기식 지원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창작자 지원만이 예술지원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예진흥기금 고갈에 따른 재원 조성 대안을 두고 양측의 철학이 구분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상황이 시급하지만 막상 양당 총선 정책공약집에는 이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술인복지기금 조성을 약속하면서도 정작 더 시급한 문예진흥기금 고갈은 논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역시 문예진흥기금 및 문화재정과 관련해 단 한 줄도 공약집에 기재하지 않았다.

 

20대 총선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발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국회에서 문예진흥기금 고갈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인물은 시인 출신의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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