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자체 아닌 학벌 내세우는 풍토 사라져야

서울대·KAIST 출신이 만든 회사’, ‘의사도 마다하고 시작한 창업’, ‘창업자 전원이 특목고 출신’. 최근 젊은 창업자들이 만든 핀테크 스타트업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핀테크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위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평균연령이 30세도 채 되지 않은 창업자들은 자신을 어느 학교 출신이라 소개하거나 이를 부각하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대부분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했다.

 

창업자들의 학력을 읽다보니 이들이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하는지 몰라도 호감이 갔다. 좋은 대학을 나와 고액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마다하고 창업할 정도면 얼마나 괜찮은 사업일까라는 관심도 생겼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하는 사업이 모두 괜찮은사업일까 의문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학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창업자들은 어떻게 투자자를 모았을까.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는 핀테크 창업자들은 시작단계에 있어 주목을 받을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학력만큼 단시간 내 값어치를 올릴 수 있는 장치도 없을 것이다. 기자를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 중 한명은 이미 탄탄한 금융토대를 가진 시중 은행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창업자들을 만날 이유는 없다학력을 드러내면 다시 한 번 눈길을 주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비슷한 업종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사업 수완이나 능력을 평가받기 전에 스스로에게 후광을 입히려 애쓰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이들의 사업성과를 찬찬히 살펴봤다. 내세운 학력만큼이나 사업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은 P2P 서비스 창업자는 대표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내세울수록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도한 믿음을 가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팀원들과 협력을 이뤄 배를 움직이기 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팀원을 움직이려 하는 병폐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비약이 있긴 하지만 해석을 하자면 대표의 학력보다 사업 자체를 수면 위로 올려야 튼튼하게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권위적인 상하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생산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을 나타내는 방법, 명함을 내미는 방법만큼은 기성세대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내가 누구가 아닌 이 사업에 대한 확신과 전략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타트업마저 고학력자여야 된다는 인식이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제발 널리 퍼지지 않길 바란다. 가장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한 핀테크라는 첨단 금융분야에서 가장 구태스런 행태가 판 쳐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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