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 가장 심각…경기하강 장기화 우려

제조업 재고율 추이∙제조업 출하 및 재고 증가율 / 자료=통계청∙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추세적으로도 급증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제조업 재고율은 128.0%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재고율은 128.5%2008 12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0.8%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며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향후 경기국면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마이너스였던 전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섣부른 경기 회복 판단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계절조정 재고지수를 계절조정 출하지수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많다는 뜻이다. 재고는 산업 경기순환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재고 증감, 출하 증감은 산업별 경기순환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대리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재고는 원활한 생산과 품절을 방지하기 위해 비축해 놓은 자원이다. 기업이 일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는 것은 수요변동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제조업 재고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재고율 증가는 상품 출하보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이전 제조업 재고율 장기추세는 100% 중반 수준이었지만 현재 120%대 중반까지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기하강기에는 제조업 재고율이 올라가고 경기상승기에는 재고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제조업 출하 증가율은 급감하고 있는 반면 재고 증가율은 높아지고 있어 경기하강기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기준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4.3%였지만 출하 증가율은 -4.0%를 기록했다. 출하 증가율에서 재고 증가율을 뺀 재고순환선은 -8.3%로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제조업 출하는 전월보다 2.5% 증가했고 재고는 2.1% 늘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재고율과 경기 상관관계, 제조업 출하 및 재고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제조업 경기는 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 재고율은 높아지고 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낮아지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균가동률이 하락할 경우 기업들은 유휴생산설비 발생으로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축소할 가능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재고율과 설비투자 증가율은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재고율 상승은 제조업 중 주력산업인 전자와 자동차산업 재고율 증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제조업별 재고율을 살펴보면 전자∙자동차산업 재고율이 가장 높았다. 이들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중반부터 하락하는 추세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자동차산업의 높은 재고부담, 수요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두 산업의 특성상 경기하강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전자산업의 재고율은 170.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부품에서 최근 재고율이 급증했다. 자동차산업 역시 수출 부진, 정책적 효과 등으로 재고율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가 종료된 영향도 재고 증가의 원인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 경기가 하강기에 머물러 있어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지속하고 억눌려 있는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투자여력과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재고수준에 대한 진단을 강화해 적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해야 한다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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